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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 이수영 옮김 | 자음과 모음
제목을 보고 정말 가짜 노동이란 무엇을 말하는 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우리가 저마다 숨기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그 속에 있음을 알았다. 왜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지 않은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하지만 반면 먹고 살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한다고도 말한다. 이를테면 상사가 퇴근하지 않은데 밑의 직원이 먼저 일어나는 것은 일명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버텨야하는 것... 또 회식자리를 잘 참석해서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눈먼 돈이라고 생각되는 초과 근무 수당을 위해 하는 일없이 회사에 남아있는 것... 모두가 거짓이다. 사실 그 틈 속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속이는 기만이 있을 뿐이다.
현대 사회는 가짜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라고 한다. 아니면 가짜 노동이 필요한 사회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세상의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굶주려가고, 인류의 소수만이 모든 부를 다 가지고 있다. 어렵게 일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의 허리는 휘어가도 그들이 받는 수당이란 어이가 없을 정도이고, 일명 보여주기식 노동, 이래저래 입방정만 떨고 수억의 돈을 타내는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능력이라 여긴다.
어느 한 부모가 힘들게 택배 일을 하는 한 노동자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너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저 아저씨처럼 힘들게 산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택배 노동자는 과연 어떠했을까... 자신의 노동의 대가와 임금이 적당하다고 스스로 시인했을까? 아니면 그래, 역시 좀 더 공부를 해서 일명 화이트 컬러로 일을 못한 자신의 팔자려니 자책했을까... 왜 노동은 균등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잘못된 듯하다. 세상에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다. 일명 편한 일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돈도 많이 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밑에서 모든 일을 계획하고 처리하지만 윗선에서는 결정하고 회의하는 것이 다라는 것을 말이다. 그 회의와 결정이 사실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쓸모없는 것도 많다. 모든 것이 전산화된 마당에도 각 회사에서는 종이를 많이 쓰며 낭비한다. 왜냐고? 그래야 회의를 잘 한 것처럼 보이니까... 그래야 있어 보이니까 말이다.
최근 핀란드 총리의 음주, 춤 등이 구설에 올랐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다면 당장 옷을 벗어야할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유럽 정치인은 스스로를 봉사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일명 그다지 선호하는 직업군이 아니라는 말이다. 할 일은 많지만 국회의원 월급도 일반 택시기사 월급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는 정치인이란 그다지 선망받는 직업군은 아니다. 왜냐하면 노동의 대가가 차별 없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군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봉사를 위한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쓰레기 청소부들, 건설현장 노동자들, 요양보호사들, 건물청소부들, 택배노동자들... 등 등 모두가 회피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한다면 그들의 노동을 더 높이 평가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의사, 변호사, 택시기사, 요양보호사, 청소부, 국회의원 등의 노동의 수입이 모두 같다면 어떠할까? 아마, 학군에 목을 매지도 않을 뿐더러 서로의 직업을 이유로 차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그것은 둘째 치고라도 모두가 솔직하게 자신의 가짜 노동을 고백하고 진짜를 추구하면 어떠할까? 바쁜 척하지 말고, 아닌데 맞는 것처럼 굴지 말고 말이다.
더 이상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생산한 나쁜 습관들이 다시 우리를 공격하지 말도록 하자. 일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과연 대학의 모든 학위들이 일의 질을 보장해주는가...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스스로를 돋보이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는 것... 단순히 사무실의 책상만을 차지하고 상사의 눈치만 보며 워크시트에 무의미한 숫자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책 [가짜 노동]이 던진 화두는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고 생각된다. 세상이 넉넉하지만 아무도 그 넉넉함을 모르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서... 그리고 의미없는 일상, 소외된 회사생활에서 시간만을 죽이는 젊은 청춘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