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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평점 :

데볼루션
맥스 브룩스 장편소설 | 조은아 옮김
며칠 새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중 몇 곳은 비 피해가 심하다고 한다. 차들이 잠기고, 사람들이 급류에 휩쓸린다. 온갖 예산을 쏟아부어도 자연의 심술을 감당해낼 수는 없다. 아마 가장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이 아닐까한다. 이쯤되면 비로 인해 세상이 잠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노아의 방주가 등장한 것도 이상치 않을 일이다. 인간의 문명이란 자연 앞에서는 그 얼마나 나약하고도 허무한 것일까... 일평생을 다해 이룬 것도, 금이야 옥이야하면서 애지중지 했던 물건들도 자연의 콧방귀 한방이면 저멀리로 곤두박칠 쳐버리니 말이다.
책 [데볼루션]은 바로 그 자연의 이야기이다. 얼핏보면 호러물, 기이하고도 생소한 사스콰치, 일명 빅풋과 인간의 사투처럼 보여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을 정복하려한 인간의 어리석음이 그려져있다.
그린루프란 일명 전원공동체이다. 전원에서의 삶과 도시에서의 편안함을 동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듀런트 부부의 안전망 아래로 모였다. 이곳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최첨단... 모든 배송은 드론을 통해 이뤄지고, 차들은 자율주행을 한다. 그린루프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자체 생산되는 바이오 가스를 이용한다. 이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믿음이 있었다. 자신들의 터전은 안전할 것이라는 것...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것... 소설은 프랭크 맥클레이가 동생 케이트의 행방을 물으면서 시작된다. 그린루프에서의 삶을 영위하던 동생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게 들어온 동생의 일기장... 그는 그 일기장을 나 (아마도 맥스 브룩스)에게 전하면서 책으로 내줄 것을 부탁한다. 독자는 케이트의 일기장을 맥스 브룩스와 같이 보면서 그린루프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하고, 경악하고, 놀라워한다. 일기 컨셉이라서인지 소설은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일인칭 시점의 묘미...바로 사건 주체자가 독자인듯한 느낌이 물씬 살아있는 책이다.
레이니어 화산 폭발로 황폐해져버린 때... 비교적 피해상황이 덜했던 그린루프에는 이상한 손님들이 몰려든다. 온갖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정체를 알수 없는 빅풋 역시... 이제는 자연과의 교류는 끝이 났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과연 자연이란 극복해야하는 대상일까...아니면 공존해야하는 대상일까... 소설은 말한다. 자연은 극복, 이용, 공존도 아닌 그냥 그 자체일 뿐이라고 말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모든 것은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이것은 생존게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에 빌붙어있는 제 1 생명체이고 말이다. 그리고 자연은 위기의 순간에는 결단코 조화롭지 않다. 절망적인 순간이 닥치면 모두는 생존만을 생각한다. 생존... 바로 그것이 자연의 첫번째 본질이므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