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의 맛
구효서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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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어의 맛

구효서 소설집 | 문학사상

소설을 읽는 내내 감각이 그려졌다. 특히 미각에 대한 감각은 총체적인 오감이라고 생각된다. 보고, 냄새를 맡고, 음미하는 모든 감각을 사용하게 되니까 말이다. 소설가 구효서님의 오감에 대한 소설집... 시도 자체가 색다르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집 소제목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이미지... 하지만 막상 그 감각에 의지하여 읽다보면 절대 하나의 감각만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은결-길편지]에서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의 시각적 감각이 요라는 남자에게 생의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한다면 여기에 나오는 도다리 쑥국이나 무 등 등의 것 역시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오히려 난 [웅어의 맛]보다 [은결-길편지]에서 진한 쑥내음과 도다리의 맛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소설가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거기에 살을 붙이는 과정은 나에게는 참 낯선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렇게 실험적인 시도는 소설 읽기에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한 작가는 의도적으로 특정 받침을 제거하는 글쓰기를 시도하기도 하고 말이다.

문득 소설을 읽다가 생각난 것은 구효서 작가의 결이 왠지 김승옥 작가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것,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 섬세한 묘사 등 등이 두 작가를 묶게 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중 계속해서 화면이 연상되는 것 또한 말이다. 자꾸 그 도다리 쑥국도 생각나고, 웅어도 생각나고, 윤슬 혹은 은결도 생각난다. 왠지 단편극장에 어울리는 하나의 시나리오로 탄생시켜도 꽤 훌륭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말하지 못하는 무엇을 한가지씩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람 때문에 살고 사람 때문에 죽는다. 사람만이 사람을 날카롭게 한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모두는 저 마다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결코 마지막 선을 안넘는다는 것... 그 정도일까... 아마 모두들 바다의 교훈을 잘 깨닫고 있는 듯하다. 절대 건너오지 말고, 묻어두고 돌아가라는 것...

책을 덮어도 자꾸만 피맛이 올라온다. 요가 계속해서 칼로 잇몸에 상처내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 때문일까...아니면 삶에 대한 어떤 해답도 사는 동안에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그것도 이제서야...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가? 인간을 살게하는 것은 상당히 단순한 것이라는 것... 누군가는 그것을 죽더라도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표현했으며, 다른 한 누군가는 손 밑의 거스름같은 뭔가 사소한 걸림으로 표현했다. 모든 것이 오감하고 맞닿아있다. 인간은 오감이 있으므로 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의 재미이다. 어느 잇몸 약 광고처럼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고 하면서... 그런 감각에 바로 사는 맛, 사는 멋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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