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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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에세이 | 민음사

평생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게 되고,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게된다. 요즘은 대뜸 모르는 전화를 받는 것도 무서운 세상이 되었지만(스팸 전화, 문자 등) 아무튼 벨소리가 울리는 전화라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하고, 또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증거일 것이다.

저자 이예은 작가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에서 그것도 콜센터에 근무했다니... 일본어 능통자라서 가능한 일일터인데, 그녀의 이러한 독특한 콜센터 이력이 이렇듯 한권의 책으로 나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몰랐던 것에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가끔 직업에 대해 생각하지만 콜센터 근무는 절대 나의 적성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야하고, 스스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를 반복해야한다. 하지만 콜센터 근무자가 있기에 우리는 생활 속 불편함을 호소하고, 그것을 처리할 창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콜센터에 전화하는 대다수는 분명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는 자이고, 콜센터 근무자는 그것에 대한 열쇠를 쥔 자이다. 콜센터를 통해야지만 우리는 우리를 불만스럽게 한 거대한 기업의 촉수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에세이에서 밝힌 돈을 벌기 위해 숨쉬듯이 용서를 구한 인간이 됐다는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저자가 말한 매듭지어지지 못한 인연들... 차마 미안하다고 말할 수 없어서 그저 흐지부지하게 되어버리는 순간과 사람들... 저자는 콜센터 근무를 하면서 맺고 끊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죄송합니다. 라는 한 마디 말의 힘이었다. 그러한 저자가 절대 안하는 말은 진심을 다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한다. 아마 절대 건드릴 수없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일지도 모르겠다. 죄송하다고는 하지만 진심으로라는 수식어는 붙이지 않는것... 사실 모든 직업이 그러하지 않은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예전에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과도한 쇼핑으로 푼 적이 있었다. 특히 홈쇼핑의 현란한 말솜씨에 빠진 나는 물건을 사고, 다시 마음이 변해 반품하는 짓을 일주일에 한두번 꼴로 했던 것같다. 번번히 마주하는 콜센터 상담원... 나는 그들에게 무척 퉁명했으며, 나의 어리석고 상처받은 마음의 고름을 그들에게 쏟아냈다. 콜센터 직원이 심리치료사는 아닐진대, 왜 그들에게 나의 마음을 위로받고자 했을까...아이러니하게도 직장을 관 둔 동시에 그 병이 사라졌지만 그 시절 나는 병원에 가야할까...마음 먹을 정도로 몹시도 피폐해진 몸과 마음 상태를 견뎌야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나오는 멘트가 있다. 지금 상담받는 직원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라는 말... 그렇다. 사람은 모두 다 같다. 모두들 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싫어도 예의를 갖춰서 예의없는 사람을 상대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 사는 처세술을 배우기위해 콜센터만한 수련장도 없는 듯하다. 저자 역시 이 시절 이 곳에서의 경험이 나중에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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