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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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심 지음 | 소담출판사

한여름밤 자려고 누웠는데, 근처에 조용한 말소리가 들린다. 그 말소리들은 어떤 때에는 음악으로 탈바꿈하고, 또 어떤 때는 마치 영화 화면처럼 시나브로 눈 앞을 스쳐가기도 한다. 저자 황경신이 책 속에 쏟아놓은 활자들은 내겐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한여름날 밤의 음악소리처럼... 그녀의 글들은 삶이 그리고 살아있음이 어쩌면 조금은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꿈을 내게 심어준다.

그녀의 글들은 때론 이름모를 여행지 속으로, 영화 속으로, 음악 속으로, 사물들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저자의 잡지사 경력은 괜한 것이 아니였다. 난 저자를 잡지 페이퍼를 통해 처음 알았다. 처음 페이퍼 잡지가 나왔을때 잡지란 것이 이렇게 스타일리쉬하면서 읽을 거리가 풍성한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던 것같다.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소위 미용실 패션 잡지가 아니었다. 글들은 살아있었으며, 그림, 사진들은 스크랩을 하고 싶을 만큼 수려하게 느껴졌다. 페이퍼 잡지는 그 시절 몇 천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역시 세월엔 장사가 없는지 월간으로 나온 잡지가 계간으로 바뀌었고, 값 또한 뛰었으니 말이다. 아마 여러 잡지들이 쏟아져나오는 경쟁의 시대, 더 질 높은 수준의 책을 발간해야한다는 창작자의 고뇌 또한 시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을 터였다. 다행히도 페이퍼는 아직도 여전히 건재하며, 이제는 잡지 시장도 너무나 다양해져서 사은품에 혹해 잡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잡지가 너무 읽고 싶어서 발행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역시 많아졌으니 이 또한 세월의 힘인 듯싶다.

페이퍼에서 한 두 페이지에서 읽었던 황경신의 에세이와 이야기들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것은 정말로 달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일같다. 소소한 일상의 힘이 느껴지는 그녀의 필력이 몹시도 부러워지는 순간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글을 쓸 생각을 한다는 그녀... 아마 글은 그녀를 살아있게 하는, 그녀를 그녀답게 하는 매개체임에 분명하다. 커피를 내리고, 생각을 하고, 잠시 산책을 갔다가, 샤워를 하고, 또 다시 종이 앞에 마주 앉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그려진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자하니 나도 몹시 글이 쓰고 싶다. 저자가 여기저기 던져놓은 글감들이 나를 유혹한다. 그것들이 하나의 달의 낱말들이 된다. 작가가 여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말랑하고, 따뜻하고, 뭔가 착하고 예쁜 것들이 내 마음 속에 소복히 내려앉는 기분이다. 그것들을 잘 엮고 마음밭에 뿌려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도 흩트려 버리지 않고 온전히 그러모아서 말이다.

어느 것이나 글감이 될 수가 있다. 책에서처럼 단어와 사물들 그 하나의 단서만을 가지고도 내 안의 구슬들을 엮을 수 있으리라... 그것들이 다 엮어지면 나도 아마 저자처럼 그럭저럭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여름날 시원한 대자리에 누워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다시 음미해보고픈 책 [달 위의 낱말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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