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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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케이트 쇼팽 장편소설 |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여성의 금지된 욕망은 왜 위험한 것인가? 여성이 바로 자궁을 지닌 어머니이기때문에? 바로 그것때문인가... 많은 대중 소설들이 여성들의 욕망의 표출을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듯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면 꼭 무슨 사달이 난 것처럼 군다. 지금은 물론 그 세태가 덜 하지만 예전 남성 위주의 사고관으로 여성들의 생활은 집과 아이만을 위해 존재했으니, 페미니즘이란 그저 구호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도 여성의 숨겨진 욕망에 대해 거침없이 표현하고자 한 작가들이 존재했다. 케이트 쇼팽 또한 그러한 작가 중 한명이었다. 그녀의 소설 [각성]이 오랫동안 빛을 못보았다는 것은 그 시대의 일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소설 [각성]은 흡사 [안나 카레니나], 혹은 [보바리 부인]을 닮았다. 가정이 있는 여성이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또한 흡사하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이 남성 작가에 의한 시선으로 씌여졌다면 이 소설 [각성]은 여성 작가의 눈으로 보고 씌여진 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적으로 훨씬 몰입하기가 더 쉬웠던 것같다. 퐁펠리에 부인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왜 그녀가 로베르를 만나 일명 스스로 자아찾기를 시도했는지 말이다.

에드나 퐁펠리에 부인은 여름 휴가차 미국 남부의 섬 그랜드 아일에 머문다. 그곳에서 별장 주인의 아들인 로베르를 만난다. 흡사 전형적인 츤데레인 로베르는 퐁펠리에 부인의 마음을 쏙 빼앗아간다. 그녀는 그녀의 남편 퐁펠리에 씨 이외에는 다른 남자를 몰랐다. 그 세계가 그녀에게 유일했으며 다 인줄 알았다. 물질적 안락함 속에 퐁펠리에의 가부장적면이 가려진 것이다. 하지만 로베르를 통해 그녀는 일명 스스로를 찾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의 욕망이 어떠한지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그러자 남편 퐁펠리에는 어느덧 그녀에게 낯선 사람이 된다.

에드나 퐁펠리에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는 있어도 나, 나 자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말... 이는 흡사 작가 케이트 쇼팽의 말로도 들린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 여섯명의 아이를 낳고 후에 남편이 사망하자 막대한 부채를 갚아가면서 아이를 키워야했던 여성 쇼팽... 지금 시대에도 여자 혼자서 아이 여섯을 키우기란 몹시도 힘든 일인데 쇼팽이 살았던 시대는 말해 무엇하랴.... 그래도 그녀에게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었다. 에드나 퐁펠리에에게 그것이 로베르에 대한 사랑과 그림으로 읽혀졌다면 쇼팽에게는 바로 글쓰기였을 것이다.

상황이 더 어렵고 비참할 수록 쇼팽은 글쓰기를 멈추지않았다. 아니 멈출수가 없었을 것이다. 글쓰는 삶이야말로 그녀 자신, 포기할 수 없는 바로 쇼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을 살게하는 것이다. 에드나가 만일 로베르를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결말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포기하고 싶지 않을 무엇이 있다. 당신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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