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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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장편소설 | 이연승 옮김 | 블루홀 6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책을 받자마자 읽어내려갔고, 먹먹하다못해 침울했다. 최근 벌어진 유나양 완도 가족 사건도 생각나고 아이를 태어나자마 질식사해서 죽이고서는 사산했다고 거짓말한 이십대의 부모이야기도 떠올랐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모성애는 아이가 낳는 순간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성 자체가 없는, 그리고 부성 자체가 없는 사람들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몸에서 생긴 생명은 얼마나 비참한 것일까? 책에서 나오는 말처럼 아이들은 죽기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탄생의 목적은 죽음이 될 수 없다.

소설 속 나기사가 극중 친오빠와 폭력배들로부터 말로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당하는 모습은 솔직히 계속 읽어가기가 괴로웠다. 나기사의 모습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나기사를 그렇게 만드는 그 나쁜 인간들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아이가 철없이 성숙하다면 그것은 분명 무엇가가 있는 것이다. 하레로 대표되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5살 남짓된 아이역시 마찬가지 였다.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그가 도망갔다가 다시 되돌아갔던 이유는 자신보다 어린 갓난아기였던 동생때문이었다. 싱글맘이자 계속적으로 남자를 바꾸는 엄마 밑에서 자란 하레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폭력적인 집안에서의 성장은 하레의 입을 닫아버렸다. 그런데 그에게 기적처럼 나기사와 카이가 나타난다. 나기사는 엄마가 되지 못하는 몸을 갖게 되었지만 하레를 엄마처럼 포근하게 감싸준다. 배고픈 하레에게 음식을 실컷 먹게해주고, 희망을 잃은 하레에게 자신만의 라푼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마가와에는 라멘으로 성공한 업자가 지은 베이비뷰 타워가 있다. 일명 라멘타워라고 불리우는 이 타워는 나기사에게는 구원이다. 그녀는 타워를 보면서 끔찍한 일들을 견뎠다고 한다. 라푼젤이 언젠가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내려주어 탑 안으로 들어가기를... 그 탑에 있으면 아무도 그녀를 찾을 수도 없고, 그녀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도 없으니까... 나기사는 라푼젤의 전설을 하레에게 들려준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기위해 아이들은 전설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살 이유가, 살아내야할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은 묘하게 세부분으로 짜여져있다. 나기사와 카이, 그리고 하레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아동 상담소 직원인 유이치와 아동 지원 센터 직원 시호, 그리고 그 둘의 관심사였던 한 아이 소타... 또 다른 이야기는 불임으로 힘들어하는 하쿠미와 게이고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닮았지만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각기 다른 세가지 세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엃혀있다. 나는 이 사실을 소설 삼분의 이 지점을 지나고야 깨달았지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내 짐작할 수도 있었으리라... 반전이라면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엊그제와 어제를 통틀어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이 새로운 우주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고작 바늘구멍을 비췄을 뿐인데, 그곳은 어마어마한 수의 은하를 품고 있었다. 우주와 인간의 삶이란... 그리고 그 인간이 사는 지구란... 얼마나 작은 점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그 사람만의 작은 우주이다. 한 인간의 소멸은 우주의 소멸이다. 그러므로 한 아이를 살리는 일은 우주를 살리는 일이다. 부디, 아니 최소한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우주의 소멸이 아닌 생성에 힘써야하지 않을까... 소멸이 아닌 탄생... 죽음이 아닌 삶... 한 인간의 우주란 결국엔 어머니라는 이름의 자궁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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