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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평점 :
클래식 감상 수업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 뜨인돌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 난 여러 학원에 다녔다. 장사를 하시느라 바빴던 부모님이 자신들의 꽁무늬를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학원을 도는 것이 나름 낫다고 판단하셨기때문이다. 그렇게해서 배우게 된 것이 바로 피아노였다. 그때 만나게 된 피아노 선생님은 너무 좋으신 분이였다. 내가 생각해도 난 배우는 속도가 참 느렸는데, 선생님은 끈기있게 나를 봐주시고 어이없는 질문에도 설명도 잘 해주셨다. 어린 시절임에도 선생님과 함께 한 기억은 참으로 선명하다. 아마 그 때가 그래도 좋았었나보다. 하지만 내가 곧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둬야할 일이 생기고마는데...바로 선생님의 결혼이었다. 선생님은 결혼 하시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셨고, 난 끈 떨어진 연마냥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방황을 했다. 그나마 피아노 치기가 싫어도 선생님 덕에 배우려고 노력했건만... 선생님이 안계시니 내 피아노 실력은 점점 늘지도 않고, 퇴보하는 듯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난 사실 피아노 치는 것을 무척 싫어했으니 말이다. 결국 다른 선생님을 찾아서 배우던 나는 엄마에게 말해 학원을 그만 두었고, 그것이 나의 마지막 피아노 레슨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난 피아노에 약간 기웃거렸다. 대학교 일학년때는 너무 다시 배우고 싶어서 갓 초등학교 입학한 어린친구들과 학원에서 나비야..나비야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재미가 없었다. 배움은 때가 있는 법인데, 난 그 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아노를 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지,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맘껏 채울 방법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러시아로 어학연수를 떠날 기회가 있었는데, 난 그곳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일주일에 두세번은 공연을 보러 다녔다. 공연비가 너무 쌌으며, 질 좋은 공연도 수시로 도시 곳곳 극장및 공연장에서 열였다. 돈 없는 가난한 유학생이었지만 간식비를 아낀다면 충분히 좋은 좌석에서 공연관람도 가능했다. 하긴 우리나라 돈으로 천원이면 발레 공연도 서서 관람이 가능한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 한국의 유명한 첼리스트 장한나씨의 공연을 코 앞에서 본 일이 있었는데, 정말 그 숨 소리 하나 하나까지 다 느껴졌다. 하지만 나의 클래식 감상 실력은 그저 ... 좋다... 멋있다...음... 이 정도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들으면 좋긴 한데, 막상 누가 왜 좋으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는 상태... 그냥 좋으니까...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지식의 수준이었다.
책 [클래식 감상 수업]은 바로 이런 나에게 딱인 책이었다. 클래식 감상하는 것도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더 알차게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있다. 무작정 하는 감상보다는 이치를 알고, 곡의 기본적인 해석을 알면 더 달리보이고 새로워보이고, 느낄 수 있는 한계치가 다른 것이다. 이제 하루 한 곡은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겠다. 하루에 조금씩 클래식 감상 수업을 늘리다보면 어느날 누가 이 곡이 왜 좋으냐고 물었을때, 그때는 자신있게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