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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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 김윤경 옮김 | 타인의 사유

최근에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광주 일가족 동반자살이다. 부모를 따라서 체험학습에 나선 초등학생이 연락이 되지않자 학교 당국이 신고를 해서 발혀진 케이스 였다. 일가족 중 가장인 아버지의 핸드폰에서는 자살, 코인 등의 키워드가 검색이 되었다고 하니 경제적인 이유에서의 가족 동반 자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손님이다. 나와는 다른 존재이다. 그런데 부모라는 명목으로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은 살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왜 그래야했을까... 바로 여기에 실체없는 불안이 작동했을 것이다. 아이가 부모를 잃고 남겨지는 삶, 차별받는 모습들... 그 모든 것들이 부모의 머릿 속에 그려졌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일일 뿐이다. 아이는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삶을 이겨내며 살 수 있었으며, 자라서 한 아이의 어머니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을 터였다. 왜 그런 미래는 보이지 않았을까....

[불안의 철학]을 쓴 기시미 이치로는 불안은 실체없는 미래의 감정이라고 한다.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우리는 미리 상상하고 걱정한다. 흡사 빌리지 않은 돈을 상환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형국이다. 불안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함으로 결국은 치명적이고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오죽하면 귀신과 악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아니던가... 인간의 불안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 그들이라고 하니...... .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불안을 이유로 약속을 못지켜서 한 사람을 잃게 된 케이스가 있다. 대학교때 러시아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는데 학교 도서관 사서였던 러시아 할머니와 친해졌다. 난 이것저것 빌리기도 하고, 못하는 러시아어로 한국에 대해 말해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서인 할머니가 나에게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부탁했다. 그때는 연수 초기였고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던 지라 거절하면 됐을텐데도 그냥 있어 주기만 된다는 사서 할머니의 말에 덥썩 학교에 가겠다고 허락을 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가기가 몹시 싫었다. 한마디도 못하고 버벅대는 내 모습이 그려져서 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미리 해주면 될일을 당일에 고민하다가 잠적아닌 잠적을 했다. 결국 곤란해진 사서 할머니는 같이 어학연수를 왔던 타 대학교 선배에게 부탁을 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빨개진다. 그 이후로 그 할머니와는 대면대면해졌으며 내가 인사를 해도 받지를 않으셨다. 아마 나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 인해 무척 실망하신 듯했다. 그 이후로 내가 결심한 것이 있었다. 우선 첫째 지킬 수 없고, 스스로 무리라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둘째는 한번 약속을 했으면 싫더라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파기하고 싶으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 단순한 이 두가지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으며, 이는 그때의 교훈이라 생각한다.

결국 불안은 실체가 없었다. 그것은 거의 미래에 뿌리를 둔 거짓이었다. 그리고 나의 삶은 바로 이 순간 현재에 있다. 과거가 이미 내 의지에 떠나있다면,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현재만이 내 의지이다. 그리고 그 현재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설령 현재의 순간이 잘못되더라도 그것은 곧 과거가 될 것이다. 현재는 항상 존재함으로 실수는 내가 살아있는 한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키키 키린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살라는 말...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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