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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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 김연순 옮김 | 휴머니스트

여름을 풍성하게 참아내려면 즉흥적인 삶, 빈둥거리는 생활, 낯선 공기, 새로운 피의 수혈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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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다들 올 여름 무탈하신가요? 혹시 지금 어디로 떠날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계획이라도요? 사실 여행의 즐거움의 8할은 계획 그 자체에 있죠. 어디에 갈까...무엇을 먹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말이죠.

전 지금 이 더위에는 다른 기후의 나라로 떠나고 싶네요. 홋카이도쪽이라던지...아니면 호주로...ㅎㅎ 사정이 안된다면 음... 책으로 여행을 떠나야죠. 책에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마법같은 지도가 존재하니까요. 저는 오늘 그 지도 중 베네치아행을 골랐습니다. 기차를 탈 필요도 없고, 비행기를 탈 필요도 없답니다. 그저 토마스 만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주는 지 기대하는 수 밖에요. 아? 토마스 만이 누구냐고요? 바로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쓴 작가죠. 바로 전 이 책으로 여행을 갔다 왔거든요. ㅎㅎ

아센바흐가 베네치아행을 떠나는 것... 그 시작은 정말 엉뚱했죠. 그저 한 남자를 유심히 보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것이 점점 답답해 보였죠. 그리고 스스로가 얼마나 여행을 안한 사람이었지는 깨닫게 되고, 바로 순간적으로 그는 떠나고 싶었죠. 물론 호랑이가 나오는 밀림이 아니라 호텔에서 조식 먹고,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고, 그저 빈둥거리는 휴양지로의 여행말이죠. 어때요? 휴양지로의 여행의 딱 맞는 곳이 베네치아 맞죠? ㅎㅎ 사실 전 이탈리아 여행을 해봤지만 하필 베네치아를 안 가봤네요. ㅎㅎ 예전에 [냉정과 열정 사이]의 책을 읽은 기억에 두오모 성당은 꼭 보리라 생각하고 피렌체를 다녀왔건만... 아마, 제가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베네치아를 가 봤을 겁니다. 그리고 타지오를 보았겠죠. 아센바흐를 순간 젊음으로 돌려놓은 청춘의 심벌... 음...아마 그러지 않았을까요? 이탈리아에는 미남들이 많으니까요.

아센바흐는 과연 타지오에게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그가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한 남자를 통해서였고, 생의 열정을 찾은 것도 한 소년으로부터 왔습니다. 콜레라가 창궐하는 베네치아... 그 사실을 모두는 쉬쉬하죠. 소독약을 피워대며 난리를 피우지만 정작 그 원인을 아는 자는 별로 없었죠. 하지만 아센바흐는 알아냅니다. 집요하게도요. 그런데 정작 그는 떠날 생각은 안합니다. 노년에 앞으로 더 쓸 글도 남아있건만...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요? 얼른 짐을 싸서 떠나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 당시에 콜레라는 사망 선고나 다름이 없었으니까요. 더군다가 아센바흐처럼 젊지도 않은 이에게는 치명적이죠.

아센바흐의 눈은 타지오를 쫓습니다. 베네치아의 비밀을 혼자 음흉하게 간직하고 타지오에게서 죽음의 기미를 느끼면서도 흡족해합니다. 그래요. 바로 베네치아 그 자체가 바로 아센바흐같네요. 아센바흐가 마지막 여행지로 베네치아를 선택한 건 어쩌면 운명과도 같습니다.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닌 베네치아가 그를 불러들인 것같네요. 같은 비밀을 공유한 비슷한 부류로서 말이죠.

이 책에는 토마스 만의 다른 단편인 [토니오 크뢰거]도 들어있는데, 왠지 두 작품이 다른 듯 닮았습니다. 어찌보면 갈망, 어찌보면 닿을 수 없는 몸짓... 소리쳐 부르지만 메아리 쳐지지 않는 목소리... 등 등

올 여름 토마스 만의 책으로 베네치아 여행 모두들 어떠실까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진짜 다른 여행지가 생각날 지도 모르지요. 아센바흐에게 베네치아가 운명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무언가 운명의 장소를 만나게 될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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