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흔히들 우스개소리로 이런 말들을 한다. 내가 월 몇백만 매달 들어왔어도 저런 인간과는 안산다... 내가 그런 능력만 있어도 혼자 산다 등 등 .... 아마도 세월의 고단함과 결혼생활의 지속성이 돈이라는 족쇄를 못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할 법한 말들이다.

지금은 예전보다 참고 사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이혼을 무슨 밥먹듯이 한다. 등등 현 세태를 걱정하고 안타깝게 보는 기성세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지금은 노인들의 이혼률도 예전보다 무척 늘었다고 한다. 전에는 무턱대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참고 살았는데, 아이들도 다 큰 현재는 혼자 즐기고 살겠다는 심정이다. 다 늙어서까지 권위적인 가장의 수발을 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가엾다면서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성으로서 경제적으로 얼마가 꾸준히 주워진다면 남성 작가들에 버금가는 훌륭한 여성 작가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이 필요한 의식주가 충족되면 그 나머지는 자기실현, 자아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내 생각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어느정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 주부도 일정한 자기 수익이 있어야한다. 그것은 생활비라는 이름을 넘어서서 있는 것이다.

여기 한 부부가 존재한다. 바로 뱅상과 로랑스... 로랑스는 부유한 상속녀이고 뱅상은 가난하고 무명의 음악가이다. 로랑스는 뱅상이 여기에서 더 발전하고 유명해지는 것을 바라지않는다. 결혼 초기에는 부드러웠던 로랑스...하지만 어떤 불안 때문이었을까? 로랑스는 뱅상을 기르는 강아지 취급하면서 돈으로 회유하고 달랜다. 뱅상은 자기의 음악적 성공을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고 그녀가 주는 용돈을 타서 쓴다. 뱅상 역시 아내가 자신을 인형 취급하고 돈으로 고삐를 죄일때마다 그녀의 지인들을 만나서 바람을 핀다. 내 생각엔 뱅상은 아내를 사랑했다. 적어도 처음에는 말이다. 그녀의 그런 성격, 즉 뻔뻔하고 격분하고, 그런 저속함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그녀의 뻔뻔함, 속물적인 성격은 폭주했다. 더 이상 뱅상조차도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말이다. 그는 공포를 느낀다. 물론 여기에는 뱅상의 개인적인 성공도 한 몫했고 말이다.

사강은 말하고 있다. 진실은 도달할 수 없지만 욕망할 수 있는 하나의 것이고, 작가는 하나의 강박을 이야기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사강이 말하는 강박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 돈과 사랑이 아닐까.... 끊임없이 사랑에 대해 말하는 사강.... 그녀에게 사랑이란 도달할 수 없는 그 무엇일까? 그러기에 그토록 욕망하는 것은 아닐까....

로랑스가 뱅상을 통제했던 황금의 고삐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로랑스는 한가지 착각한 것이 있으니...바로 뱅상이 스스로를 그 고삐에 자신을 묶은 것이지, 결코 로랑스 자신이 고삐의 주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묶은 자, 스스로 푼 것뿐이다. 그러기에 언제든 다른 고삐가 나타나면 스스럼없이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고삐의 주인은 바로 무엇이 될까.... 소설 마지막, 뱅상이 잊을까봐 계속 불었던 휘파람 속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