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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18/pimg_7728831353451584.jpg)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장편소설 | 이세진 옮김 | 민음사
글을 쓴다는 것은 장르가 있다. 소설, 시나리오, 시, 에세이, 논픽션, 판타지물, 웹소설 등 등.... 이제 여기서 더 추가될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아노말리>의 저자 에르베는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 울리포의 회원이며 2019년 부터는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이라니... 나에게는 생소한 집단이다.
얼마전 라디오에서 소설 쓰는 AI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정한 키워드만 넣어주고 장르만 주워진다면 거기에 맞게 글을 써준다는... 이제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그 수준은 좀 유치할만한데 좀 더 매끈하게 다듬어지고, AI에 경험치가 쌓인다면 충분히 개연성있는 스토리가 탄생할 법도 하다. 아마 지금도 누군가는 이것을 이용하여 신춘문예나 각종 경연에 내보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심사위원들도 실험대에 오른 셈이다.
<아노말리>가 실험 문학 집단에서 나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만큼 여기서 보여지는 것들은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다. 과학, 생물, 음악, 문학 등 갖가지 것들이 저자의 취향을 반영하며 새로운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독자는 그저 작가가 만들어놓은 이 변칙적인 세상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즐기면 될 뿐이다.
난기류를 통과한 비행기가 무사히 공항에 착륙한다. 그 무시무시한 구름대를 뚫고서 말이다. 때는 3월... 그때의 승객들은 누구는 병에 걸려 죽었고, 누구는 자살했고, 누구는 원치않는 소송을 맡아야만했고, 누구는 살인을 했다. 그리고 또 다시 4개월 후 6월... 똑같은 비행기가 착륙한다. 난기류는 잠시 잠깐 통과하고 말갛고 청명한 햇살을 받으면서 착륙... 하지만 그 속에 3월의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있다. 죽었던 사람이 그 속에 있었고, 자살했던 이가 거기에 존재한다. 일명 도플갱어다. 이 사실에 정부는 서둘러 전문가를 파견하고, 원인을 분석하려하지만 과연 누가 알까... 결국 신에게 물을 수 밖에 없다. 이해할 수없는 사건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올리포에 소속된 사람이고 이런 주제를 제안받았다면 어떻게 쓸 수 있었을 것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마 난기류를 통과한 비행기가 두번 나타났다. 그것도 같은 사람을 태우고... 음...여기까지는 가능할듯한데... 그 이후가 상상이 안됐다. 과연 이 작가는 끝을 어떻게 맺으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펼치는 것일까... 도플갱어...그들을 어떻게 하지? 어떻게 새로운 삶을 준단말인가....
아마 끝까지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은 어떻게 저자가 마무리를 했는 지 알것이다. 나름 이 부분을 스스로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하다. 그리고 만약 내가 나를 만난다면...나는 어떠했을지 상상해보면... 처음에는 신기하고,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듯하고, 친구를 만난 것같겠지만... 정말 그게 나라면...내가 완전 둘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같이 살기는 힘들다 여길 것같다. 아마 자신의 결점들이 적나라하게 보일 것이다. 상대방, 아니 내 코에 박힌 블랙헤드까지 보기가 싫을 것이다. 아... 나의 나됨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세상에 내가 하나라는 것이 알고보면 신기하면서도 복되다는 생각이 든다. 쌍둥이도 결코 같게 태어나지 않게 하는 조물주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선물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