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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평점 :
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장편소설 | 홍은주 옮김 | 책세상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태어나겠는가... 아니면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되겠는가...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극중 조태훈은 염기정을 향해 이런 말을 한다. 아장아장 걷은 애들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좋다고... 30년 후엔 어떤 짐을 지고 살아갈까..어떤 모욕을 견디며 살아갈까.. 나니까 견뎠지..저 애는... 난 태어나서 좋았나...냉정히 생각해보면 아닌 것같다고... 그래서 당신이 임신이 아니라고 했을때 불쑥 다행이란 말이 튀어나온 것같다고 말이다.
난 충분히 그의 마음을 알 것같다. 태어나자마자 위험 속에 버려지는 아이를 생각하면... 정말로 의류 수거함에 버려저서 죽어간 아이도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고통 속에서, 학대 속에서 죽어간 정인이도 있지않은가... 그 아이들은 차라리 안태어남이 백번도 더 좋았으리라... 사람이 이러한데 동물은 또 오죽하랴... 태어난 지 6주도 안되어 치킨으로 팔리는 병아리들도 있고, 갇혀진 동물원 우리에서 날지못하고 맴도는 새들도 있다. 많다. 아주 많다. 태어남이 저주인 생명들은 말이다.
이 소설 [여름의 문]은 바로 그 태어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 중 나쓰코는 오사카 출신으로 작가의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한다. 언니인 마키코는 난대없는 가슴 확대 수술을 한다고 한다. 언니의 딸이 미도리코는 정말로 철없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쿄에 온 나쓰코는 어느정도 책도 한 권 내고 다음 작품을 집필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연재활동을 이어가는 등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이 소설은 2008년의 세계와 2016년 나쓰코의 도쿄에서 삶을 보여주며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소소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는 중 나쓰코는 갑자기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정확하게 그녀의 말로 표현하자면 만나고 싶다고 해야하나... 그것도 38세 무렵에 말이다. 하지만 연애를 통하거나 결혼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한 방법인 정자기증인 형태로 아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나쓰코... 나쓰코는 고민한다. 태어남이 선택이 될 수 없다면 이러한 AID 정자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이의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일 그 아이가 아버지가 궁금하다고 하면..정체성의 혼란이 온다면... 나쓰코는 주변 여러사람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중 AID 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사람들과도 교류하게 되는데 그녀는 아이자와와 젠 유리코를 알게된다. 아이자와를 통해서는 태어남의 소중함을 젠을 통해서는 태어남의 고통을 느낀다.
결국 나쓰코는 극 중 마지막에는 잊는 것보다는 틀리는 쪽을 택하겠다면서 결심을 하는데... 과연 나쓰코의 결심이란 무엇일까...
태어남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운명을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태어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억만대, 천억만대의 확률을 통과한 것이므로... 그리고 그 유전자의 정보 하나 하나는 기원전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것은 소중하다. 태어나기로 결정한 순간 그것은 옳다. 어떤 탄생이든 그것은 옳다. 그래야 살 수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