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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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과연 여성은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발랄하면 발랄한 대로 여우같다고 하고, 과묵하면 과묵한대로 곰같다고 한다. 남성에게 여우같다, 곰같는 표현은 잘 하지 않으니 아마 이러한 특질에 대한 동물의 비유는 여성이 유독 많을 것이다.

여기 한 여성이 나온다. 18세기... 유독 남성에 대한 가부장적 시선이 팽배하고, 여성의 사회참여가 고개를 조금씩 들지만 개화하지는 못한 시절이다. 밀러 양은 아버지의 유언으로 카톨릭 사제 도리포스의 밑에 있게 된다. 그와 한집에서 살게 되어 그의 가르침을 받지만.. 밀러 양에게 도리포스는 어느덧 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모임과 외출을 제한하는 도리포스에게 한평생 갇혀서 사제의 삶만 지낸 이가 뭘 아냐고 따져 묻기고 하고, 도리포스에 대한 애정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한다. 어느덧 밀러 양에게 도리포스는 신부가 아니라 남성으로 존재했다. 그런 밀러 양을 도리포스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당돌한 밀러는 신부에 대한 사랑을 시험하겠다면서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이러한 당돌함과 경솔한 행동은 결국 결혼으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런 밀러 양을 샌퍼드 신부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며 몹시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밀러가 죽어갈때 그녀 곁에 있어준 이는 다름아닌 그녀를 싫어한 샌퍼드였다. 그리고 밀러는 그에게 자신의 아이를 아버지 밑에서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샌퍼드는 밀러와 도리포스의 딸인 머틸다를 맡게 되고 밀러의 유언에 따라 머틸다의 아버지인 도리포스에게 딸을 보낸다. 아... 한때는 밀러의 후견인이었던 도리포스... 하지만 이제 자신의 딸의 아버지가 아니라 후견인으로 살아야한다니...

머틸다는 여러모로 그녀의 어머니와는 달랐다. 아버지인 도리포스에 명령에 복종했으며 그가 돌아왔을때는 발소리, 숨소리 조차 죽이면서 살았다. 그래도 그녀는 아버지 옆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여성이 여성으로 목소리를 낼때 왜 우리는 그것을 꼭 여성의 목소리라고 구분짓는 것일까? 성이라는 틀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만일 밀러 양이 남성이고 도리포스가 신부가 아니라 수녀였다면... 아마 그 시절 스토리는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딸 머틸다는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순종을 배웠던 것이다. 절대 어머니처럼 살지는 않겠노라고...

밀러와 머틸다... 어머니와 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 둘의 선택을 옹호할 수도, 반면 대놓고 비난할 수도 없다. 아마 그 시절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원치 않는 남성과 결혼을 해서 애정없이 평생을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외롭게 사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실상은 너무나 복잡한 이야기였던 인치볼드의 [단순한 이야기], 여성의 자유는 결코 거져 얻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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