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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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턴 |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표지 앞부분을 장식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모습... 그 자체를 우리는 무척 순수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최근 결혼식에서 흰색이 아닌 검정색 드레스를 선택해서 화제에 오른 일명 미대 나온 여자, 장윤희님이 있었다. 왜 결혼식에서 모두들 한결같이 하얀 드레스를 입는 걸까... 그동안의 모든 더러움들이 그 드레스로 환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까... 아니면 여성이라면, 즉 결혼을 하는 여성이라면 이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존재여야만 한다는 의미에서 일까... 아무튼 소신대로 검정색 단아한 원피스를 입고 결혼을 치룬 장윤희님은 아름다웠다.

여기 또 다른 결혼을 앞둔 청년이 있다. 놀아볼 만큼 놀아봤고, 연애도 할만큼 다 해봤다고 생각한 뉴런드 아처... 그는 가장 조신하고 얌전하고 단아한 여성 메이 웰런드에게 청혼을 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게 메이가 만들었으니... 남성은 사실 자신이 여성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여성이 그녀를 선택하도록 한 것임을 모른다.

메이의 사촌언니인 엘렌 올렌스키를 만난 아처는 그녀의 새롭고 신선한 발상과 태도에 흥미가 생기고 어느덧 애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메이에게 청혼을 한 몸... 물론 결혼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 결과는 뒤집어도 되는 문제지만 아처는 엘렌과 메이 사이에 갈팡질팡하게 된다.

엘렌은 부유한 폴란드 백작과 결혼했지만 그의 폭군같은 기질로 인해 그것을 보다 못한 비서가 그녀를 탈출시켰고, 1년동안 그 비서와 동거를 했다는 추문을 안고 뉴욕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남편과의 이혼을 준비하지만 반대하는 친척들때문에 그것도 어렵다. 결혼은 신성하지만 이혼은 이기적이라니... 사실 결혼이든 이혼이든 자신의 삶을 위한 결정이 아니던가... 어떤 삶이든 한번 뿐이고, 자신의 삶을 남이 대신 살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메이의 영악한 술수 덕에 엘렌은 화려한 송별회를 받으면서 뉴욕을 떠나게 되고 결과 아처는 그녀를 잊고 무의미한 결혼생활 26년을 보낸다. 아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하지만 마지막에 그 줄을 놓아버림으로써 현실의 파도에 휩쓸려 간다. 26년 지나 재회하게 되는 엘렌과 아처... 세월이 흘렀지만 엘렌은 소신대로 살고 있다. 부유한 남편에게 돌아가지도 않았으며 자신을 돌봐준 이를 저버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젊은 날의 청춘남녀가 아니었다. 젊었을때 해야할 일이 있고, 나이 들어서 참아야할 일도 있는 법이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흘려보낸다.

사실 [순수의 시대]는 예전에 영화로 먼저 만났었다. 다니엘 데이루이스와 미셀 파이퍼...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 영화가 나온 것이 1994년도 였으니 지금으로 부터 28년 전의 일이다. 엘렌과 아처가 다시 재회하는 기간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 시절 배우들도 늙었지만 상념만은 그대이다. 우리 모두 한때 이런 순수의 시절이 있었으니까.. 젊음의 시절.. 그 누구나 사랑할 수 있었던 그 시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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