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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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앙드레 지드 장편소설 |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알라사는 왜 육체의 일과 정신의 일을 그토록 구분지었을까 이다. 그리고 육체적 욕망과 그 실현을 끊임없이 부끄러워했던 것... 과연 그것이 그녀를 구원으로 이끌었을까... 그녀는 아마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밀어넣어서 속죄하려고 했던 것 아니었을까... 일부러 자신을 희생한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절대 희생물로 삼은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자한 제롬을 희생한 것일뿐...... .

알리사가 제롬에게 인간은 행복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행복은 추구할 만하지만 그것이 목적 그 자체가 되면 안된다는... 더 강한 더 밀접한 무엇이 있어야한다. 알리사에게 그것은 신과의 합일이었다. 그녀가 신의 뜻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는 지는 잘 모르겠다. 기도로 무슨 응답을 받았는지, 아니면 성경 속에서 어떤 예시를 받았는지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알리사는 제롬의 사랑을 무척 경계했던 것이다. 사실 처음 제롬이 순수했을 때 알리사는 그를 기쁘게 맞았다. 그리고 그가 자신으로 인해 신을 영접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제롬이 열중하는 상대는 알리사 자신, 그녀가 되어갔다. 알리사를 위해 제롬은 모든 것을 한다. 공부도 심지어 좋은 일이라 일컬어 지는 자선 행위마저도... 그의 행위 뒤엔 알리사가 있다.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하고픈 마음... 그 마음을 욕할 것은 아니지만 알리사는 그 자체가 고통스럽다. 그녀 자신이 새로운 우상으로 둔갑되는 현실이 그녀로 하여금 끊임없이 제롬을 밀어내게 만드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난다. 결혼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면 안된다는 것... ㅎㅎ 약간은 우습기도 하고 코믹한 말이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이 생활이라는 것... 그 예시가 아닐까... 어쩌면 알라사는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을 제롬에게 들키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 알리사는 어쩌면 제롬이 생각한 것만큼이나 그렇게 대단하고도 영적인? 그러한 여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리사에게 끊임없이 거부당하는 제롬... 약혼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고, 심지어 알리사는 여동생이 제롬을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위해 제롬을 양보?할 생각도 하는 것이다. 과연 스스로를 버리고 희생하는 것만이 구원의 길일까? 육체의 길과 영혼을 위한 길은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알리사는 오히려 스스의 생각의 벽에 갇힌 것이 아니었을까... 바로 어린시절 자신의 엄마의 불륜으로 인해 가출... 그 죄의 속죄를 그녀 자신이 남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 스스로 불행해지길 원치 않았던 가장 사랑하는 사람, 즉 제롬의 희생이 있었다면... 그녀의 좁은 길은 과연 옳은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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