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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 ㅣ 부크크오리지널 4
장은영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4월
평점 :
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
장은영 장편소설 | 부크크 오리지널
우리가 일생 동안에 알게 모르게 한 실수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과연 그것이 실수이든,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했던지 간에 반성을 한 적은 얼마나 되는가...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오락거리만은 아닌 느낌이다.
소설은 A와 B의 시점으로 번갈아 전개되면서 독자에게 새로운 추리의 지평을 열어준다. 고등학교 동아리 멤버들과의 오랜만의 술자리... 하지만 그 자리는 곧 악몽으로 변하고 만다. 사실 그들에게는 비밀이 있었는데, 곧 협박범을 통해 그들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사건의 내막이 공개된다. 서로간의 닉네임, 즉 A와 B 그리고 AB, O , 만년필, 햄버거, 회장으로 부르는 동아리 사람들... 그들에게 사과는 어떤 존재였을까? 술자리에서 깨어난 그들은 손과 발이 묶여있는 채로 어느 버려진 산장에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렇게 만든 존재는 바로 사과의 아버지... 사과의 아버지인 협박범은 그들에게 자신의 사과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라고 한다. 과연 그들 중 누구 사과를 죽였을까? 사과는 수능 전날 새벽에 교실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죽은 채 발견되는데... 그것이... 사과의 죽임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비밀을 누군가는 알고 있다니... 과연 그들 중 누가 진짜 범인인가...
협박범의 추궁으로 먼저 입을 여는 이는 B이다. B는 바로 A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그날 자신이 교실에 무언가를 놓고와서 교실로 올라가던 중에 그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반박하는 A... A 역시 B가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날 A는 사과의 문자를 받고 교실로 갔으며 그때 그곳에 B가 있었고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엊갈리는 A와 B의 진술... 그리고 A의 머릿 속에서 그려지는 B의 수상한 행동들과 본인의 비밀스런 실험... 사실 그날 쓰려져있는 사과를 창문에서 떨어뜨린 장본인은 바로.... ?? (하지만 죽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죽였나? 안죽였나?)
침착하게 사건을 풀어가는 AB와 소심한 성격의 O 그리고 치열하게 서로에 대해 탐구 중인 A와 B.... 과연 그들 중 범인은 존재하는 것인가?
소설은 흡사 영화 [돼지의 왕]이나 [10억]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전혀 반성없이 저지른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살인 무기임을.... 돌맹이 하나 던진 것 뿐인데 개구리가 죽고, 힘껏 땅을 디뎠을 뿐인데 개미 혹은 지렁이가 밟아 죽는 것처럼.... 모르고 한 그 행동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바로 치명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제목이 [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가 아니라 그날 밤 내가 죽인 개미, 혹은 지렁이라면... 혹은 소나 돼지, 장어, 게... 등 등... 비극적이게도 우리 모두는 사실은 생명을 죽이고 그 생명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들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