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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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의 언어

주드 스튜어트 지음 | 김은영 옮김

예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남성들은 시각에 민감하며, 여성들은 후각에 민감하는 말... 그래서 서로 다른 성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은 보다 화려하게 보이는 것에 초점을 둬야하며 남성들은 보다 좋은 남성만의 향이 나도록 신경써야한다는 다소 생물학적인 이슈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 학설이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후각이 시각처럼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라 생각된다.

코로나 19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후각의 마비증상으로 온다고 한다. 굳이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지독한 감기를 앓아본 바로서 코가 고통스러우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중 하나는 미각의 마비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냄새를 못 맡는다고 미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후각과 미각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식가들은 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리고 말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역시 가습기, 제습기 등등을 이용하여 코와 목건강에 힘쓴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의 이비인후과가 한 몸임을 말해준다.

저자 주드 스튜어트는 자신이 생물학적 부분에는 문외한이라고 언급한다. 다만 냄새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활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냄새는 바로 생명 그 자체가 배경이며 그 냄새의 활성으로 우리를 우리 몸으로 되돌아가게 한다고 말이다. 지구 밖에 냄새가 없는 이유는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것들 중 하나가 우주로 나갔다가 지구로 귀한하면 기분이 나쁘면서도 익숙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는 근원이 있어야한다. 즉 그 뿌리가 있어야 퍼질 수 있다. 활성될 수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스멜러 2.0]이란 미술 전시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냄새에 대한 거대한 의문의 결과 이 책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눈으로보는 시각적 감각은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넘쳐있다. 이런 이미지 과잉은 자칫하다가는 이미지 혼란을 일으키며 너무 많음은 아예 없는 것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즉, 어떤 자극적인 이미지로도 감흥이 오지 않는 것이다. 시각적 이미지가 과잉이라면 후각적 이미지는 어떠한가? 그것은 상대적으로 무척 소외되어 있으며 사실 덜 주목된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냄새를 더 잘 맡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인생이 변화되고 개인의 기억을 더 소중히 간직되길 바라고 있다. 냄새가 인생의 화두라니... 한번도 이런 감각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저자의 용기가 내심 신기하고 감동스러웠다.

어색하고, 낯선 것을 따라가라... 냄새에 대한 탐험도 여기에 맞추어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각을 깨우도록 저자는 독려하고 자극한다. 내 몸속의 생소함을 발견하고, 덜 익숙하게 느끼고, 더 희미하게, 가공되지 않은 순간의 날 것 그대로 어색한 것을 느끼라고 말한다. 냄새는 그 자체로 완벽하게 놀랍고 아름다우며 독단적이라고...

이 책에는 각종 냄새들에 대한 저자의 코멘트가 실려있다. 책 속에 향을 입힐 수 있다면 언젠가는 이 냄새 모두가 책 표지 곳곳에 실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만큼 향에 대한 갈망이 밀려온다. 바다가 보고싶다면 유튜브에서 바다화면을 찾아보면 되지만 사실 그 냄새는 어떻게 설명한 길이 없다. 그 짠내와 비린내, 그리고 어떤 청량감...

책에서 언급된 갖가지 냄새들은 활자 속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 냄새를 책장 밖으로 꺼내고 싶었다. 그 낯설고 익숙지 않은 것들을 맘껏 들이마시고 싶었다. 갓 갂은 나무연필을 향내부터 햇볕에 바싹 말린 빨래 냄새, 그리고 꼬리꼬리한 치즈 냄새까지...

시각보다 이제 후각에 좀 더 집중하면서 살고 싶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감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냄새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독단적이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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