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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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오래된 편지가 늦은 대화가 될 수 있을까요.

보내는 사람 가랑비 메이커 | 문장과 장면들

누군가가 조심스레 나를 관찰한다. 그리고 조용히 전해주는 쪽지... 그 안에는 그 사람의 정갈한 문체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누군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들... 자연에 대한 이야기, 계절에 대한 이야기, 혹은 불안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엔 인사말 대신에 쓰여있는 앞으로도 종종 편지가 늦을 거라는 다소 엉뚱하고도 귀여운 말...

어린 시절부터 나는 편지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였다. 긴 편지글을 선물로 받은 느낌이라서 나의 첫 편지에 대한 상념이 먼저 든다. ㅎㅎ 편지란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애정없이 쓰는 편지는 아마도 원망의 글일 것이리라... 혹은 그 원망마저 어떤 애정의 발로이리라... 결국 누군가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 그 자체는 애정이다.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글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관찰이다. 애정이 생긴다면 우리는 그 애정의 대상을 관찰하게 된다. 몰래 쳐다보게 되고, 뒷모습만 보아도 그가 누구인지,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감이 생긴다. 본인도 몰랐던 습관을 제 삼자가 관찰하다가 발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때는 항상 국 부터 한 숟갈 뜬다든지, 하늘을 보기 전 항상 한쪽 눈을 자신도 모르게 찡그린다든지...하는 것들... 그것들은 모두 관찰함에서 나오는 발견이다.

최근에 핑퐁이라는 뜻을 아이의 동화책을 읽다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편지글이라도 답장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혹여나 그 글이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명명한다쳐도 그 글을 처음 쓴 마음가짐은 아마도 답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쓰는 것도 있을 것이다. 편지글이 핑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핑하면 퐁하고 되받아치는 핑퐁, 탁구같은 느낌... 결국 우리는 모두 핑퐁을 함으로써 서로를 궁금해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핑퐁이라는 것은 비교적 멀리있는 사람간의 교류뿐만이 아니라 가까이 있지만 마음을 잘 몰랐던 사람에게까지 통용되는 마법같은 주문이 아닐까....

설령 우리가 누구에게 핑하고 무언가를 던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퐁하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간혹 누군가의 침묵 속에서 그 답이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핑하고 던졌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 앞에 닿기도 전에 픽~ 하고 스러져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핑하고 편지글을 썼던지, 아니면 마음을 전했던지... 그래도 돌아오지않는 퐁에 마음을 쓰지는 말자. 우선 전했다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시했다는 것... 그것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서로에게 변함없이 마음을 전하는 편지글 같은 행위는 아마도 죽는 날까지 계속되길 바라는 인간의 아름다운 짓?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SNS로, 이메일로,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궁금해하지 않는 요즘, 정말로 궁금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위해서 핑하고 마음을 전해볼까... 퐁하고 오지않아도, 누군가에게 이 봄날 조용히 편지를 쓴다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종종 편지를 하겠지만 앞으로도 늦을 예정이라고 코멘트를 넣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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