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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평점 :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장편소설 | 민현주 옮김 | 블루홀6
일본도 이렇게 뜨거운 적이 있었던가....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사실 나는 일본의 학생운동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시절의 사람이라는 것... 그의 소설에서 간간히 흐르는 운동권의 색채와 어떤 허무주의 등에서 막연하게 그 시절을 그려본 것이 다였다. 하지만 다시 소설을 읽고 일본의 60년대 말 대학생 운동권 단체 연합 조직에 대해 알게 되면서 지금의 일본이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동력이 왜 사라졌는지 막연하게나마 짐작이 되었다.
대학의 부정회계 등에서 출발된 전국 대학생 시위는 폭력 시위로 급변하고 여기에 거의 모든 학생, 즉 전국학생이 전공투라고 할만한데, 과격해질수록 비운동권 학생의 이탈이 심해짐으로 결국 전공투는 실패로 돌아가고 더욱 과격한 투쟁의 결과 경찰에 의해 진압되고 상처만 남게된 사건이 되었다. 이에 조용히 학교로 돌아갔던 세대들은 단카이 시대가 되어 고도경제성장의 이득을 보았고, 끝까지 남아서 투쟁했던 이들은 쫓기고 쫓겨 비참한 끝을 맞게 되었다. 이 시절 우파와 좌파의 극명한 대결로 보여지는 중에 미시마 유키오의 토론이 인상적으로 나오게 되고, 결국 그는 자위대를 선동하려다 실패한 고로 그 스스로 강함을 입증하고자 할복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다. 소설 [금각사]에서 그토록 미학을 추구하더니 결국 그는 삶에서 죽음의 미학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과연 그 죽음이 미학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후지와라의 장편소설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그 시절 뜨거운 대학 투쟁의 시대의 한복판에 있다. 지금의 일본을 보면 국민 모두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한정권이 거의 그대로 일본을 끌어가고 있고, 갈수록 우경화되는 지금... 60년대말의 일본의 모습은 참으로 옛 일로만 여겨진다. 소설에서는 기쿠치, 구와노, 유코 세 사람이 주축으로 그들의 학생운동은 치열했다. 다만 기쿠치에게는 특유의 태평함이 있었다. 그의 태평함은 한 낮 공원에서 위스키를 홀짝일 정도의... 그리고 구와노가 부러워한 태평함... 유코가 사랑한 여유라는 모습일 것이다.
결국 세사람은 투쟁이 실패한 후 저마다의 길로 갔지만 훗날 구와노에 의해 어찌어찌하여 비극적으로 연결되게 된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기쿠치는 그날도 여전히 공원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는데, 갑자기 폭음이 울리고, 폭발이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생긴다. 그리고 우연히 그곳에 그 피해자 중 학생 운동을 했던 친구 두 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유코의 단가의 힌트로 그가 알게 되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평범한 단가뿐이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한 구절... 테러리스트, 푸른 파라솔을 빙글 빙글 돌리네...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구와노와 기쿠치의 대화... 그 둘의 대화 중에 끓는 점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인간이 돈에 대해서 끓는점이 생긴다는 것... 현금으로 1억엔이 모치즈키의 끓는점이었고, 인간들은 모두 그 끓는점이 있다고 말이다. 누가 나에게 거액의 돈을 제안하고 불법을 하라고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떠할 것인가? 나의 끓는점은 과연 어디일까... 유독 이 소설에서 그 끓는점과 상관없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주인공 기쿠치일 것이다. 그의 특유의 태평함 성격에 비등점은 없을 것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