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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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라는 모험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 한수민 옮김 | 타인의 사유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났던 말은 바로 이어령 박사님의 손잡이가 있는 인간이라는 화두였다. 관계맺음을 선택할지, 말지... 손잡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갈지, 혹은 손잡이 없는 인간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일... 책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어찌돼었건 타인들에게 의존한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하다못해 먹는 것, 입는 것 하나까지 다른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모두 다 거친 일이다. 그 혜택의 완성품들이 우리 손에 주어진 것일뿐...

그러기에 어쩌면 손잡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만남이라는 것은 필수인 것이다.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결코 선택으로 규정지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생존과 관계되어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목적이 분명한 결혼을 한 가해자가 그의 남편을 고의적으로 사망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직업이 대기업 연구원이라니... 혹자는 아마 아니, 연구원이나 되는 사람이 고작 삼천원이 없어서 그 돈을 동료에게 꾸고,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전기 끊긴 곳에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남성의 삶 자체가 좀 궁금해졌다. 왜 그는 이런 결혼을 해야했을까? 그의 결정을 막아줄 친구나 동료 혹은 지인은 없었을까? 왜 그는 교류하지 못했을까... 왠지 갇혀있는 사람이지 않았을까싶다. 아무도 그를 상대해주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그의 심정을 알고 동조해주는 이가 주변에 그 여성 하나였다면... 그가 만남이라는 과정을 보다 넓혀서 사회와 교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알아갔다면... 책에서 처럼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타인이 필요한 것이다. 강철은 쇳물이 단련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사람으로 단련되는 것이다.

이 책은 총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파트는 만남의 징후들로서 혼란스러움, 우연이 운명과 엃힐때 나타나는 알아보는 것, 궁금함, 변화함, 책임감... 등 등을 말하고 있다. 두번째 파트는 만남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크게 세 부분이 두드러진다. 우선 자기 틀에서 빠져나오는 행동철학, 특정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 개방성, 가면을 벗는 것이다. 이것들을 통해 우리는 그 만남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마지막 파트는 진정한 삶은 만남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아우른다. 인간 본질로의 만남, 존재론적 만남, 종교적 만남, 정식분석학적 만남, 변증법적 만남... 어쩌면 가장 책의 주제와 가장 밀접한 주제를 다루는 부분이 바로 이 마지막 파트일 것이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의 주된 적군, 즉 내가 무찔러야할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한다. 나란 정체성은 너무 강해서 그 세계는 깨질 수 없지만 타인의 삶이 내게로 녹아들어올때 균열이 가고 그 속에 뭔가 다른 것이 싹트는 것이다. 그럴때 나라는 사람은 변화하며 만남은 일어난 것이다. 즉, 내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만남이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상대편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인지, 내가 얼마만큼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럴때 우리는 희열을 느낄 것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내가 이런 생각도 할 수있는 사람이었어... 내가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바로 너와의 만남으로...

잭 니콜슨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 시작 전과 마지막이 전혀 달랐다. 만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상대방으로 인한 내 안의 변화... 그것은 아마 가장 짜릿한 스스로에 대한 일탈이자 쾌감일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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