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무성 교실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소설집 |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생각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생각을 생각한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고 떠나지 않는 화두가 생겼다.

처음에 책 표지를 보고 약간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 가죽이 울먹이는 표정을 지은 채 빨래줄에 널려있는 모습은... 그리고 그 표정들이 울먹인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자세히 관찰해보니 한쪽은 웃고 있고, 다른 쪽은 울고 있는 모습들... 흡사 인간이 쓴 가면의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에서 생각이란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신체적 감응을 보일때 그 신체 감응으로 생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고자 하는 것을 의지를 갖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의 우연찮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신체감각을 통해 먼저 느껴져서 우리의 생각이란 그 신체 감각의 해석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닌 것이다. 생각 역시 우리는 주입당할 수 있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충분히 조정당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인간이라는 존재가 연약한 존재이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지...

이 책은 <편의점 인간>으로 센세이션을 읽은 책 무라타 사야카의 단편소설집이다. 전작 역시 소재 자체가 상당히 현실적이면서 생각이 많은 주제였는데 이번 작품집 역시 그러했다. 총 네 편의 소설이 등장하고, 각 소설의 주제 자체가 그다지 가볍지는 않다. 인물들 모두는 무언가가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일명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하지만 막상 자세히 관찰해보면 인간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습들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 스스로 갖고 있음직한 비정상의 모습들... 작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무엇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지, 표현을 하는 자는 비정상이고, 표현하지 않고 숨어사는 자가 정상인지... 아니면 오히려 그 반대인지...

<무성 교실>에서는 젠더가 금지된 학교에서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의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성 정체성이 여성이지만 여성 신체에 대한 묘한 거부감을 느끼는 유토, 성 정체성은 남성이면서 성적 지향은 동성애인 미즈키와 코우, 스스로 무성이라 자칭하며 이도 저도 아닌 쪽을 선택하는 세나 등의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정상과 비정상의 범위를 묘하게 흐리고 있다. 애매하게 하고 있고, 급기야는 그 경계 조차 지워버린다.

<변용>은 분노가 사라진 사회에 대해 그리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등장시킴으로 새로운 감정을 표현해낸다는 부분은 정말이지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가 싶었다. 분노가 사라진 사회이건만... 그 자체가 왠지 더 공포스러웠고, '나모무' '마미마눈데라' 같은 새로운 언어 조합은 왠지 소설 <빛의 제국>에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서 소통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리고 물론 현대사회에서도 볼 수있는 짧은 말 줄임 등도 연상되고 말이다.

새로운 세계의 디스토피아 모습이 과연 이런 것일까? 아...그렇다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그 경계란 과연 무엇일까? 또한 그 둘의 경계를 짓는 내 생각의 경계선은 과연 무엇일까? 그 생각의 뿌리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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