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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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 이정서 옮김 | 새움

고전이란 참 이상하다. 예전에 읽은 것도 지금 읽으면 느낌이 달라진다.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번역 이정서님의 글로 읽은 느낌은 이전과는 역시 다르다. 책 말미에는 번역에 관한 글귀들이 나오는데 그 역시 흥미있었다. 외국서를 읽을 때는 번역가의 눈으로 볼 수 밖에 없기에 어떤 번역을 선택할 지는 몹시도 중요하다. 그 책의 첫 인상이며 첫 관문이다. 아주 훌륭한 책이지만 번역으로 인해 오점이 남을 수도 있고, 정반대의 경우 또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투명인간이 된 그리핀이 시골 마을 아이핑으로 온 자체가 무척 흥미로왔다. 한겨울에 코끝만 내놓은 채로 온몸을 둘둘 감은 채 그는 다시 연구를 하러 이곳으로 왔지만 생각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과 그 자신의 실수들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우연치않게 지인이었던 켐프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이 왜 이렇게 됐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게 된다. 놀라운 계획이다. 그리고 투명인간은 한계에 부딪히고도 그것을 전혀 한계라고 인식하지 못함이 대단하게 여겨졌다. 사실 그리핀에게 있어서 능력이랄 게 있을까? 투명해져서 사방을 통과하는 것도 아니고 단,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그 자신은 분명 실재하므로 먹어야하고, 추위를 느끼므로 입어야한다. 하지만 그는 투명인간이 존재함을 세상에 알려서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두려움의 대상 그 자체가 되어 세상을 폭력적으로 통치하고자한다. 그 동력자로 켐프를 선택하고 그 자신이 자신의 뜻에 따라오지 않는다면 위협할 것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나도 예전에는 투명인간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안보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같았다. 아이였을 적에는 말이다. 하지만 그리핀 같은 투명인간은 전혀 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눈에 보이고 싶어서 애써 연구를 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그들이 단지 못본다는 것은 전혀 이점이 아닌 오히려 약점인 것이다. 하물며 먹는다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그리핀은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세계적인 히어로들이 상상력 속에서 넘쳐난다. 아마 그 시절에는 투명인간이었지만 현대에는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스트레인저맨.... 수도 없는 히어로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왠지 약점은 없고 가진 강점들이 더 많아 보인다. 아마 웰스의 투명인간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만나는 히어로들도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그 때만의 상상력이 존재했고, 지금은 지금의 상상력이 있다. 비록 그리핀의 연구 성과는 어이없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그가 좀 더 켐프의 조언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있었다면 아마도 이 책의 결말은 달랐으리라...... . 그는 투명인간으로 사는 법 이전에 그 자신으로 사는 법 먼저 익혔어야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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