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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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 권지현 옮김 | 소담출판사


얼마전 이어령 선생님이 작고하셨다. 한국 문화사에서 뼈대가 굵게 일하시고 숱한 어록을 남기신 분... 반도인으로의 삶을 고민하신 이어령 선생님이셨다. 그의 말은 이제는 책으로 접할 수 밖에 없다. 김지수 기자가 이어령 작가와의 마지막 대담을 엮은 책... 이젠 유작이 되어버린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선생님은 말한다. 사람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손잡이 있는 인간으로 살 건지 아니면 손잡이가 없는 인간으로 살건지 결정하는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왕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손잡이 있는 인간으로 소통하면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손잡이 있는 인간이라....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화두였다.

그 의미로 보면 내 생각에 프랑수아즈 사강은 분명 손잡이가 많은 인간이라고 생각이 된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그것이 그녀의 본 매력을 잘 못살렸을지도 모르고, 잘못된 열정에 매달리게 만들었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아마 사강은 이런 내 판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ㅎㅎ 왠지 그녀는 "그것이 뭐 어때서.. 내 삶이 뭐 어때서..난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살거야. 난 내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하고 말할 것만 같다. 법정에서 했던 유명한 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다시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의 이번 글을 읽으면서 그녀 자신은 뭔가 남녀관계를 넘어서는 구원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 남매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를 내세우면서 그들의 삶... 하루 하루 사는 어찌보면 한량처럼 사는 삶에 대해서 (그들의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는 그 모습조차도) 그 자체를 지켜보는 것을 구원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쓰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아마 경험한 것밖에 쓰지 못한다는 그녀의 체험적인 글...그녀는 정말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 것같다는 생각이들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믿지않았기에 그렇게 살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강은 평생을 끊임없는 중독에 시달렸다. 과속, 모르핀, 약물중독, 도박 중독, 코카인... 등 등 그리고 말년에는 뇌물혐의와 탈세 혐의로 재산이 몰수 당하기도 한 파란만장의 나날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한 가지 그녀는 계속 글을 썼다. 대단하다. 그녀는 결코 자신을 놓지않았다. 한 순간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그녀 자신이 되고자했다. 다른 이들과 결코 비교하지않았다. 죽기 전까지 사강이었다.

사강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아도 그녀는 스스로를 놓치않았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가 더 놀라운 점인데.. 그것은 끊임없이 글을 써서 사람들과 소통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무엇보다 욕망 자체를 솔직하게 바라봤고, 그것에 충실하려고 끊임없이 애썼으며 그것을 흔한 말로 속되다고 여기지 않았다. 사강은 그냥 사강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책 속의 모든 글에서 느껴지는 이 사강스러움이 아마 많은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을 낳았으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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