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것같았다. 무간도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를 소설로 접한 기분이랄까... 시키는 일만을 열심히 하다 정작 일하던 기관에서 내쳐진 남자 고바... 퇴직을 거부하거나 제보한다면 그의 가족들은 인질로 잡힌다. 그동안 편의를 모두 걷어들이겠다는 국회의원과 농림수산성 고위급의 협박...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고바가 한 일은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는데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것에 대한 책임은 모두 밑의 사람들만 졌다. 일명 꼬리자르기이다. 그런 고바는 어느날 한 제의를 받는다. 바로 미스터 조르지아니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일이란 너무도 위험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목숨을 건 협박이니까... 살든 죽든 해야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을 맡기로 한 첫날 의뢰자 죽었다. 또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고바팀 말고도 세팀, 총 네팀이 있었다니...
마시모가 시킨 일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날을 기점으로 허밍은행 지하금고에 있던 각국 주요인사들의 불법투자, 유령회사 등의 자료가 든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를 버뮤다와 몰타 등지로 가기전 빼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연관된 각국의 유력인사들... 정말 전쟁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일본, 중국, 영국 등 다국이 개입되어있는 전쟁상황이다. 과연 마시모가 빼돌리라고 고바에게 지시한 것은 그것뿐이었을까? 상상못할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소설은 1997년의 고바팀이 마시모가 의뢰한 일을 수행하는 장면과 2018년에 고바의 딸 고바 에이미가 홍콩에 와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에이미는 자신의 양아버지 고바가 평범한 시민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만 있었다. 홍콩에서 마주한 아버지의 실체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고 얼굴도 자신이 알던 아버지가 아니었다. 과연 고바는 에이미의 기억 속의 그 고바가 맞을까...? 에이미는 혼란스럽다.
에이미가 웡인컹과 함께 마시모의 비서 클라에스를 만나면서 이런 말을 듣는다. 당신, 에이미의 부모가 누구고, 그녀 자신이 누구인지도 안다고 ... 또한 루이 독찰이 왜 죽었는 지 역시... 하지만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ㅎㅎ 하지만 곧 알게된다. 클라에스를 굳이 통하지 않아도 말이다. 또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알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평범한 한 사람이었던 고바가 어떻게 해서 영웅이 되는 지에 관한 스토리이다. 영웅이 되길 그가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은 그에게 지혜를, 용기를 발휘할 수 밖에 없게 했다. 그리고 그가 언더독이지만 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바로 그 평범성이다. 일반인이었기에, 편견이 없었기에 고바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살아야했기에 말이다. 세상의 모든 평범성을 지닌 숨은 언더독... 그들은 어쩌면 그 속에 숨은 영웅성을 지닌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영웅성이 언제 어디서 발휘될 지도 모르는 것이 신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