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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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Ⅲ

레프 톨스토이 지음 | 이은연 옮김 | 소담 출판사

"난 저 하늘이 둥근 천장이 아니고 무한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실눈을 뜨고 아무리 열심히 주시해도 둥글지 않고 유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는 없어. 그리고 무한한 공간에 대한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푸르고 단단한 둥근 천장이 보이는 내가 당연히 옳아. 그건 내가 멀리 무한한 공간을 보려고 시선을 긴장하여 애쓰는 것보다 오히려 옳다는 거야."

548 페이지

새로운 발견이다. 재독의 결과는 놀랍다.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고, 읽히지 않은 것들이 다시 읽힌다. 책 제목만 보고 예전에는 이건 안나 카레니나란 한 여성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그녀를 보바리 부인과 같은 취급?을 한 것같다.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흔한 불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타령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안나와 브론스키를 통해 레빈과 키티의 조망이다. 왜 책의 제목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라고 했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이야기가 그 속에 있음에도 말이다. 아마 이 책은 레빈을 통한 그의 이야기인데 그는 왠지 그것을 감추고 싶어 했던 것같다. 왜냐면 그 자신의 이야기이니까... 그 속에 숨긴 보물을 독자가 찾아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을지...

안나의 사랑은 그래, 사랑이었다. 그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그것을 그녀 자신에게서 조금도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녀의 사랑은 브론스키를 처음 만나던 그 때, 브론스키의 손길을 느꼈던 그 때, 그리고 브론스키 그 자체에 집중되어있었다. 그 결과 헛된 의심으로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독자는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브론스키 역시 안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왜 안나는 자신을 향한 브론스키의 사랑을 의심하는가? 그것은 아마 그녀의 사랑 그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 의지하는 사랑, 심지가 굳지 못한 마음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사람은 끊임없이 남들에게 그 사랑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해 한번 웃어주거나 친절하게 보이는 행동을 보면 질투에 참을 수가 없어한다. 과연 그것이 성숙한 사랑일까? 애착 형성이 덜 된 미성숙한 사랑일 뿐이다. 급기야 그런 사람은 스스로의 희생으로 다른 사람을 상처주기를 겁내하지 않는다. 안나가 자신의 죽음으로 브론스키를 벌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독자는 의문이 들 것이다. 과연 브론스키가 그토록 안나에게 잘못을 했는지 말이다.

안나의 사랑이 미성숙의 끝판왕이었다면 레빈의 사랑은 보다 본질적이다.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왜 세상에 자신이 태어났으며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종교를 갖지 못한 레빈이지만 그는 생각하고 또 공부한다. 신에 대해 사유한다. 카톨릭 교회사와 슬라브 교회사를 공부하면서 그들이 서로를 부인하는 것에 실망하고 교회란 개인의 영달의 추구가 아닌 사랑의 결합 모임이라는 교회 사상에 대해서 깨닫는다. 그리고 기독교 외 다른 종교에 대해서 그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한다. 소설 막바지에 레빈은 어떤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다. 깨달았다고 해서 생활이 변하지 않는다. 아내가 있고, 거느려야할 식솔들이 있다. 또 생활하다 보면 그들에게 짜증이 날 터이고, 잔소리도 할터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샘솟는 진리에 대한 희열은 그대로 있다.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 생활을 그저 해나가는 것... 그러나 그 머리는, 그 가슴은 진리 위에 두는 삶... 레빈은 바로 그런 삶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그 생활을 계속 영위해 나갈 것이다.

고전이란 무엇인가? 옛 책을 읽다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않음이 느껴진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그때도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고민했던 것을 그때도 고민했던 것... 그럼으로 고전에 해답이 있는 것이다. 깨닫는 사람은 깨닫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런 채로 살겠지만 그래도 인간 사유의 기본, 삶이 되풀이되고, 죽음이 되풀이되는 한 옛 사람이나 현 사람이나 인간 그자체는 동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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