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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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불장난 외 ㅣ 문학사상

뜨거운 열기, 화염, 울부짖는 사람들... 불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나는 불에 대해서 무서운 기억을 갖고 있다. 내가 불에 직접 노출되거나 데인 적은 없지만 왠지 어릴 때부터 불조심에 대해 그리고 불이 나면 모든 것을 다 집어삼치는 불의 위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교육이 철저한 집 안에서 자랐기 때문이리라...

어린시절에 불장난... 솔직히 기억이 나지않는다. 아마 불만 나면 휙~ 하고 끄려고 했을 것이라. 심지어 생일초도 오래 타면 무서웠으니 말이다. 얼른 꺼야 안심이 되었다.

손보미 <불장난>을 읽으니 나의 어린시절의 철없는 행동들이 떠오른다. 잘 놀지 못했던 어린시절이었다. 운동신경도 없어서 남들이 다 하는 고무줄넘기도 나는 겨우 했던 것같다. 그리고 그런 것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왠일인지 정글짐이나 그네 같은 것도 무서워했다. 어느 누가 그네를 높이 탔다가 뒤로 넘어져서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 정글짐에서 떨어져 사경을 헤멨다는 이야기 등 등의 이야기를 누군가에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아마 내게 있어 불장난은 바로 그 불장난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누군가의 이야기들이었을 지도 모른다. 직접 불장난을 하기 보다는 그 주변에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아예 불 근처에는 못 가게도 만드는 그런 작전...

어린 나였지만 왠지 영화는 좋아했다. 어른들 이야기라서 이해는 안갔지만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나를 데리고 극장에 데려간 기억은 선명하다. 그때 본 영화가 <벤허>와 <십계> 등 이었던 것같다. 그리고 매주 하는 주말의 명화... 그 시절 어린 나는 주말의 명화를 기다렸다. 특유의 시그널 음악과 영화가 한다는 광고가 나오면 가슴이 콩닥 콩닥 뛰었다. 두 가지로 뛰었던 것같다. 하나는 곧 시작한다는, 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다른 하나는 어른들 중 누구가 이제 잘 시간이다 라고 말하는 것... 만일 후자라면 끝이다. 난 어른들이 영화에 빠져 주변에 나같은 것은 신경을 안쓰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물론 그 다짐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어느 정도 수위가 있는 야한 장면이 나올때다. ㅎㅎ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그리 야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남녀가 물레방아간으로 들어가면 물레방아가 신나게 돌아가는 장면만 비춰주니 어린 나로서는 그 장면이 도통 무엇을 상징하는 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특히 삼촌) 우리를 안방에서 쫓아냈다. 잘 시간이라고 말이다. ( 그 당시 나는 외갓댁에서 자라서 삼촌, 이모 들과 함께 컸었다.)

어린 시절의 불장난...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았던 경험... 지금 생각하니 초등학교1학년 시기가 내겐 유독 남자아이가 싫어지는, 왠지 대면대면한 시기였던 것같았다. 책상에 줄 하나 쫙 그어놓고 거기 넘어오면 화를 내고 지우개가 넘어오거나 연필이 넘어오면 옳다구나, 이건 내꺼!하고 찜하는 것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내 짝궁에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서예시간이었는데 짝궁이 내 먹물에 침을 밷었다고 믿었다. 먹물에 물방울에 생기는 것을 보고 느꼈던 것같다. 뜬금없이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짝궁이 참 착했던 것같다. 난 너무 못된 아이였고... 1학년이면 정말 꼬꼬마일때인데... 지금도 이런 마음이 든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손보미의 <불장난> 외 강화길, 백수린, 서이재, 염승숙, 이장욱, 최은미 작가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두고 두고 볼 한국문학이다. 한국문학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모국어로 쓰여지는 소설은 뭔가 다 특별한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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