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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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올드 톰을 고귀한 목적으로 바꿔야 해" 뭔가를 결심한 듯 사라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자들에게 확실하게 속삭이도록 만들어야 해."

607 페이지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나에게 이런 의문을 남겼다. 그리고 결론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마녀재판에 희생양이 된 가문의 후계자라면, 부모가 어찌 살해되고 집이 어떻게 불태워졌으며 사람들이 혐오하고 돌을 던지고 그런 상황에서 자라났다면 과연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을까? 평범한 사람이라도 미치지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된 승선, 악마의 소환으로 치장된 거대한 음모... 그 음모를 푸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여기에서는 사라와 아렌트로 상징된다. 명석한 사라는 불행한 결혼의 당사자이지만 그녀를 닮은 총명한 딸 리아를 얻는다. (리아의 외모는 아빠 얀 총독을 빼닮은 것으로 나오지만 말이다.) 그리고 충직한 아렌트... 그에게는 선함과 우직함이 있다. 그리고 그 우직함과 선으로 자신을 고용한 새미를 믿고 따르면서 사르담호의 비밀을 사라와 함께 풀어간다.

출항 첫째날부터 문둥병자의 출현으로 그 시작은 어수선했다. 하지만 얀은 서둘렀다. 자신이 곧 신사 17인회의 일원이 되어야하기때문에... 그 공석을 놓치기 전에 서둘러 암스테르담으로 출항해야했던 것이다. 물론 그 17인회에서 한 명이 곧 빠진다는 것은 거짓 편지였음이 드러나지만 말이다. 항해 둘째날부터 여덟번째 불빛이 보인다. 배는 총 일곱척인데 말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30여년전 출현했던 악마 올드 톰의 상징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급기야는 얀 총독이 신사 17인회에 바치려했던 포세이돈 마저 사라지는데...

과연 이 모든 음모를 계획한 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올드 톰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배에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곧 여기 저기서 선원들의 죽은 채 발견되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게 되는데...... .

인간은 욕망 덩어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욕망이 거대한 자본과 만나는 순간 한 나라는 거의 쑥대밭이 된다. 소설 속 바티비아 역시 그러했다. 동인도회사령 바티비아... 그곳에 닻을 내린 사람들은 곧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그들의 가진 것을 빼앗고 갖은 거짓과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그 곳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들... 더 가진 자들은 오히려 더 갖기 위해 싸운다. 그들에게 남이 적게 가졌든 말든 그건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오직 자신들의 욕망 바구니가 중요한 법이다. 채워도 채워지지않는 욕망 바구니가 말이다.

참 선과 참 악이 없다는 생각... 처음 소설의 시작부분에서는 모든 것을 새미 탐정의 명석함에만 의지했는데, 아렌트의 말대로 그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그저 영리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아렌트는 새미가 악한 사람들을 위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미래를 위하는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새미 역시 무고한 사람의 희생은 필수불가한 요소라고 보는 사람에 지나지않았다. 아렌트의 영웅은 이렇게 사르담호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 남아서 또 다른 연대를 꿈꾼다. 영웅은 사라졌지만 동지애는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독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라의 딸 리아... 이 아이의 명석함을 두번 다시 말해 무엇하랴... 사라에게는 거의 모든 것인 이 아이... 그녀의 재능이 분명 다시 많은 사람들을 살릴 것을 믿어 의심치않는다. 과학과 미신 사이에서의 저울질... 과연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자신이 믿고자하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믿기 싫은 것은 그것이 아무리 참이라고 한들 믿지 않는 법이다. 미신을 믿을지 과학을 믿을지는 철저한 본인 선택이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후대에 까지 두고 두고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오늘 당신의 결정을, 나의 결정을 다른 이의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 어느 누군가는 분명 그 선택의 영향을 받고야 마는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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