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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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프로방스의 색채를 가득 담은 선물 같은 소설

알퐁스 도데 지음 | 이원복 옮김 | 소담출판사

파리에서 오렌지는 나무 밑에서 주워 온 낙과처럼 서글프게 보인다.

(중략)

"발랑스 오렌지 사세요.!"

201 페이지

여기요~ 발랑스 오렌지 하나 주세요! ㅎㅎ 하고 외치게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프로방스 소설... ㅎㅎ 오렌지 하나 사서 강변을 걷고 또 서늘한 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도 자고, 저녁에는 <별>의 주인공처럼 목가적인 풍경이 있는 곳에서 타닥타닥 모닥불을 피워놓고 따뜻한 커피나 브랜디를 마시고 싶다.

난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안 건 일부였다. 여기 이 소설집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프로방스어와 라틴어까지 해석하여 24편 전체를 완역으로 실었다. 프로방스 느낌이 여기저기서 물씬 묻어나는 아름다운 알퐁스 도데의 소설집이다. 작가 역시 이 작품을 가장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좋아한다면서 아내에게 헌정했다고한다. 모든 풍경이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묘사로 이뤄어져있고 사람들 역시 포근하다.

단편집 한권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우화부터 시작해서 도데가 프로방스에서 머물던 중 만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혹은 작가 개인이 알제리 여행 때 체험한 개인적인 추억이 섞인 이야기, 중세이야기를 창작해내기도 했으며 요정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한 곳에 모여있어서 다양한 사탕들이 든 사탕 상자를 선물 받은 아이의 느낌이다. 어느 편을 읽어도 좋을... 각기 다른 맛이지만 절대 자극적이지 않은, 심지어는 몸에도 좋은 사탕같은 이야기들...... .

이 책을 읽으면서 남프랑스에 절실히 가고픈 바램도 생겼다. 아... 죽기 전에 갈 수 있을까? ㅎㅎ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아를 지방에 여행을 갔다 온 지인이야기를 들었다.(코로나 터지기 직전에) 남프랑스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흐의 도시... ㅎㅎ 그때 그 풍광이 이 소설을 통해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그 말밖에는 없다. ㅎㅎ 내가 가장 좋아한 알퐁스 도데의 단편은 단연코 <별>... 이처럼 아름다운 소설도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장르의 소설에 재능이 있는 달란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가라면 아마 이런 이런 소설을 쓰겠다하는 생각이 있겠지... 많은 사람이 이러한 프로방스같은 소설을 쓴다하면 조금은 곤란하겠지만 우리나라 정서가 담긴 아름다움을 소설로 누군가가 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예전에는 굳이 그런 사람을 찾자면 피천득 님이나 박완서, 박경리 등 등이 떠올려졌는데... 오늘날에 딱히 떠오르는 작가는 왠일인지 없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결코 남프랑스에 뒤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처마끝에 똑 똑 떨어지는 고드름의 물방울, 한겨울에 꽁꽁 얼려먹는 홍시, 여름에 먹는 얼음 동동 시원달달 미숫가루의 맛... 등 등 ...

도데가 발랑스 오렌지를 말했듯이 우리네 주변에도 말해지는 것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ㅎㅎ 한국의 도데를 찾고 싶다. 자극적인 글말고 숭늉같은 뭉근한 맛의 글들을 읽고 싶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많이 읽어서 남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움베르토 에코는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글을 쓰는 행위란 사랑을 고백하는 행위와 같다고 말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기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소통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행위라고 말이다. 좋은 감정, 따뜻한 느낌... 이 시대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글 맛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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