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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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윤치규 소설 | 트리플 | 자음과 모음

아주머니는 한참이나 망설이며 말을 골랐다. 가져온 볼펜을 손가락에 끼우고 이리저리 돌리면서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역시 연애죠."

에세이 <모든 연애의 기록> 중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는 작가 윤치규의 소설 <러브 플랜트>를 읽었다. 이 작고 아담한 판형이 꼭 다육식물 화분같은 느낌이 든다. 그 속에 저마다 다른 색깔의 사랑이야기 세편이 나름 앙증맞게 모여있다고나 할까?

첫번째 작품이었던 <일인칭 컷> 한 직장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지닌 여자친구와 여행을 떠나면서 그간의 속 이야기들을 담담히 써내려간 작품... 한 여성, 타인의 아픔을 전혀 자신의 아픔으로 인식할 수 없는 존재... 우리는 어차피 각자의 인간이라는 생각... 절대 다른 사람의 아픔은 내 아픔이 될 수 없다. 다른 이의 발가락이 아프다고 그것이 내 발가락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평생 일인칭 컷으로 사물을 볼 수 밖에 없다. 내가 보는 것을 남도 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는 것을 꼭 남이 보는 것이 아닌 상황... . 나도 한번 책 속의 여주인공처럼 일인칭 컷 사진을 찍어볼까도 싶다. 본인이든, 누군가는 꼭 들어가야한다. 뒷모습으로 아련하게... 그리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사진을 찍어야하기에 찍어줄 누군가 역시 필요하다. 일인칭 컷이지만 묘하게 그것은 일인칭이 아니다. 한 컷이 완성되기위해서는 꼭 두사람은 필요한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묘한 사진이다.

인스타에 혹시나 궁금해서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일인칭 컷을 검색해보니~ ㅎㅎ 이럴 수가... 이 책만 뜬다. ㅎㅎ 그렇다면 내가 시작한다면 최초인 것이다. ㅎㅎ 한번 해볼까? 두 사람이 필요하니... 그것은...ㅠㅠ

두번째 소설 <완벽한 밀 플랜>... 제목과는 다르게 그 밀 플랜은 그대로 실행되지않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다. 어떻게 짰길래~ ㅎㅎ 그렇게 칭찬까지 들었을까? 공개되지는 않은 완벽한 밀 플랜이다. 그리고 읽는 중 저자가 아마 여자친구의 술버릇때문에 고생이 심한 경험이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그냥 자연스럽게 드는 감정이입이다. 물론 소설은 소설이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연애 이야기가 좀 녹아있겠지..않을까 싶다.

세번째 소설 < 러브 플랜트 > 는 결혼에 실패한 한 남성이 이혼 후 꽃가게를 경영하면서 한 여성과 가까워지지만 더 깊은 표현은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이야기이다. 일명 식물 연애... 가까이 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그저 남이 오면 받아주지만 스스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기가 힘든 상태... 아마 결혼이 자신의 일방적 요구로 이뤄지고 이혼 역시 그러했기에 트라우마로 식물 연애로 변하게 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 이 남자는 곧 연애를 할 것이다. 왠지 소설 말미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번은 실패했지만 다시 봄을 기다리면서 고히 잠들어있는 튤립 구근같은 끈덕짐이 느껴졌다.

세 가지 소설 모두 결론은 연애... 사랑하라 였다. 하지만 그 사랑은 감내해야한다. 절대 낙원은 아니다.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즉 내가 이런 연애를 하겠다고 아무리 플랜을 세워도 그것대로 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해야한다. 플랜을 세워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해서 말이다.


오~ 사랑이여~ 다시 한번~ ㅎㅎ 지금 식물같은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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