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미의 이름 하

움베르토 에코 장편소설 |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그물, 아니면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목적을 지닌 질서이지. 그러나 고기를 잡으면 그물을 버리고, 높은 데 이르면 사다리를 버려야한다. 쓸모 있기는 했지만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되니깐 말이다.

825 페이지

과연 진실이란 무엇일까? 윌리엄 사부의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하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질서와 지식이란 목적을 지닌 그 자체인가? 목적만을 위한 믿음인가? 만일 그 목적이 없다면 진실 탐구의 명분은 없는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가 그리고자했던 세계관은 과연 무엇인가? 소설을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 (혹여 에코는 무신론자가 아닐까...)

수도원 곳곳을 탐험하고 여행한 기분이 드는 <장미의 이름>이다. 나름 사전조사를 많이 하고 인물탐구에 중점을 둔 저자의 저력이 보였다. 과연 방대한 지식이 이 두권에 담겨있다니... 이 책은 예비 수도사들, 신학도들이 필수적으로 읽는다고 하니 그 세심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일이다.

흔히 책 속의 책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니 그 속에 많은 책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나오는 것을 말한다. 과연 장미의 이름만큼 그 이름에 버금가는 책이 또 있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 성서에서 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까지... (아, 어렵지만...흥미롭다.) 그리고 저자의 특기인 기호학은 또 어떤가?

윌리엄 수도사는 기호학을 무기로 진실에 접근했다. 에코의 주요 학문도 기호학이다. 과연 기호학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생소한 이 학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윌리엄 수도사는 말한다. (에코의 말로 읽힌다.) 기호의 진실을 의심 한 적이 없으며 이 세상에서 인간이 나아갈 길을 일러 주는 것은 기호밖에 없다고, 그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기호와 기호와의 관계라고 말이다. 그리고 사건 해결이 사실상은 우연의 일치라는 말... 그를 따르는 아드소는 윌리엄 수도사를 추켜 세우지만 윌리엄은 냉정한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다.

마지막에 윌리엄 수도사의 한탄은 왠지 현재에도 통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로 이런 난장판에는 주님이 계시지는 않는다는 것... 수많은 교회들이 밀집되어있는 현대 한국 기독교 사회에서 과연 남아있는 진리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진실된 믿음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시끄러운 형국에 과연 주님이 쉴 수 있는 곳이 한 곳이라도 있을 것인가?

전에 읽은 성경의 구절 중에 예수님이 성전 앞에 장사치를 몰아내는 장면이 떠오른다. 내 아버지의 집은 장사하는 집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 시절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진 현재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호르헤의 믿음의 모습... 그것이 과연 믿는 자의 모습인가? 그는 아마 스스로를 믿음의 수호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이 바로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성직자라고 자부했을 것이다. 잘못된 믿음은 큰 화를 부른다. 자기 자신도 망치지만 남까지 망친다. 지식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이어야지, 사람을 죽이는 지식과 믿음은 그 자체로 진리가 아니다. 진리란 비록 탐구의 길은 제각기 달라도 방향은 오롯이 한 곳이여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