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왜 항상 난 읽을때마다 약간 헷갈린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말하는지... 창조자를 말하는지... ㅎㅎ 창조자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피조물에게 줬는데, 왜 그 사실이 헷갈리는 것일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성은 멋있는데 이렇듯 괴물의 대명사처럼 여겨져도 괞찮은 건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한다.
예전에 프랑켄슈타인을 읽을 때만해도 빅토르에게 감정이입해서 읽게 됐는데, 이제는 좀 더 프랑켄슈타인에게 마음이 간다. 왜 창조물에게 공감을 못해줬을까? 아니, 공감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자발적으로 탄생?시켰음에도 그 멸망을 바라는 심정은 무엇일까? 시도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막상 나오는 것을 보니 끔찍한 괴물이더라... 그런 말인가...
얼마전 친한 언니와 밥을 먹을 기회가 생겼었다. 언니가 해 준 이야기는 어느 절에 버려진 정신지체아에 대한 사연이었다. 한 보살이 버려진 5살 짜리 여아를 키우게 됐고, 이제는 그 여아는 성인으로 자랐지만 여전히 지능은 일곱살에 머물러있다고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버려진 소녀를 데려다가 키운 보살은 이미 세상을 등졌다고.... 사실상 이런 류의 이야기는 많다. 어린 시절 부모를 다 잃고 배를 곯던 중 절에 들어가서 잔심부름을 다해서 온 손가락이 휘어진 어느 가슴 아픈 할머니의 사연도 얼마전 유키즈를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저자 메리 역시 그와 같은 아픔이 있다. 자신을 낳고 그녀의 어머니는 산욕열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메리 그녀 자신 역시 유부남과 도피 행각을 벌이게 되어 딸을 갖지만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딸은 곧 숨을 거둔다. 모든 삶에는 작고 큰 아픔들이 공존하는 듯하다.
이 책은 메리가 바이런 경의 제안으로 한번 써 본 소설이라고 한다. 괴담 형식을 제안한 바이런 경의 뜻에 맞추어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이렇듯 세기를 넘어 사랑받을 줄 메리는 몰랐을 것이다. 또 그녀는 말하고 있다. 자신의 진짜 창작물이 탄생한 곳, 상상력이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날아다는 곳은 자신의 집 정원 나무 밑 또는 황량한 산비탈이었다고... 도무지 자신의 생은 평범하게 느껴졌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 자신의 생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발견했다.
그녀가 말한 또 다른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창작이란 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돈에서 나오는 것임을... 먼저 소재가 주어져야하고 그 무형의 물질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결코 창작이란 물질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메리는 그녀 자신의 삶에 경이를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녀가 겪은 사건들과 시간들은 그녀에게 하나의 소재가 되어 혼돈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었다. 메리같은 창작자는 다음엔 누구인가? 우리 모두 혼돈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는가? 혼돈 속에서 잉태한 것이 그저 혼돈으로 끝날지, 작품으로 남을 지는 후대가 평가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