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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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자

도러시 매카들 |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5

"다음에도 그 꿈을 꾸면 기억해요." 패멀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가서 불을 다시 켜줄 거예요."

87 페이지

소설을 읽는 내내 패멀라에게 매료되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오빠인 로더릭 피츠제럴드가 끌고 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패멀라 피츠제럴드였다. 강인한 여성 이전에 현명한 여성인 패멀라... 그녀의 용기로 스텔라는 구원받았으며 그 집에 살고 있었던 미지의 존재 역시 그 족쇄가 풀려난 것이리라...

소설에서 주목되는 여성, 혹은 대비되는 여성은 패멀라, 스텔라, 메리, 카르멜이다. 두 명은 산 자고 두 명은 죽은 자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씨줄과 날줄처럼 섞이면서 여성이 때론 위협자가 되기도 하고 구원자가 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어느날 전원주택을 보러 온 로더릭과 패멀라 남매는 바닷가의 아늑한 장소에 자리잡은 영국 남서부 데번 주 '클리브 엔드'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특히 오빠인 로더릭보다 집은 패멀라의 마음에 쏙 들었는데,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로 클리브 엔드를 보게 되고 그 집의 소유자 브룩 중령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저렴한 가격에 그 집을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브룩 중령의 손녀 스텔라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로더릭... 피츠제럴드 남매와 스텔라는 어느덧 서로 친구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날 클리프 엔드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데, 패멀라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이 현상에 폭력성이 없음을 확인한 그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의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운 후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클리프 엔드가 '유령의 집'으로 밝혀지면서 그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 생활에 그리움을 느꼈던 스텔라는 알수 없는 존재에게 모성을 느낀다. 그 사실을 안 브룩 중령은 더욱 더 스텔라를 통제하고 그들 사이에 서 있던 피츠제럴드 남매는 어떻게든 스텔라를 돕고자한다.

스텔라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패멀라... 그녀는 6년동안 아버지의 병간호를 도맡은 헌신적인 여성이었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연애, 결혼을 거부하게 되지만 당당히 자신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상황을 통제하는 현명함을 지녔다. 그리고 이 모든 기이한 현상에서 그녀는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적극적인 사람은 오빠 로더릭 보다는 패멀라였다.

패멀라는 혹시 매카들의 분신이 아니었을까? 매카들은 스스로를 "후회도, 부끄러움도 없는 선동가'로 규정하면서 19세기 고딕소설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예리하게 인식한다. 문제제기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합리적 근거와 기준을 세운다. 이는 그녀의 삶과 소설 속 패멀라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때 당시 여성의 역할을 다시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었던 <초대받지 못한 자>... 이때부터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일까? 더 이상 남성이 주도적인 해결사가 아닌 여성의 힘을 본 느낌이다. 다양한 장르의 19세기 소설들을 더 많이 탐색해 보고 싶다. 그리고 이때 배경의 소설들은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에서 발굴될 많은 새로운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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