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결혼이라는 큰 결심을 하게 될때 망설이는 이유는 아마 확신을 갖지 못해서일것이다. 전에 오은영 박사가 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모델 이혜정씨가 나온 적이있다. 그때 자신이 과연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심한 불안감으로 도망간 적이 있었다면서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췌한 예비신랑을 보고서는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하는 확신을 얻어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정말 결혼이란 진한 확신이 필요하다. 아! 이 사람이구나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못하는 많은 미혼 남녀를 보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눈이 높으니, 낮으니를 떠나서 같이 살 자신이 없는 것이다.
소설 <회색 여인>의 아쉬운 점은 아버지가 딸의 마음을 좀 더 세심하게 살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딸 역시 자신의 그런 불안한 심정을 확고하게 내비쳤다면 불행한 결혼 생활로 자신을 회색여인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아... 결국 불행한 결혼생활은 아나 뿐만아니라 그 주변의 사람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나는 투렐의 잘생긴 외모에 반하지만 뭔가 꺼림직하다. 결국 결혼 생활 중 그 꺼림직함의 정체가 발각됐지만, 그녀는 그 정체를 목도한 이유로 하녀 아망테와 도망자 생활을 하게 된다. 아나가 아망테와 쫓기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조마 조마했다. 소설은 아나가 자신의 딸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그녀에게 왜 자신이 딸의 결혼이 반대하는 지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고백하는 내용이다. 반전은 마지막에 있다. 모든 것은 돌고 돈다.
두번째 소설 <마녀 로이스> 는 1962년 미국 뉴잉글랜드 세일럼 마을에서 벌어진 청교도 교회 내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의 문제를 마녀 재판과 마녀 사냥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사실 교회 내에서 엉뚱한 사람을 잡아서 마녀 재판의 희생양으로 삼았던 과거는 비일비재했다. 특히 의료행위를 한 산파 등도 마녀로 보고 무조건 화형을 시키고 서로가 서로를 먼저 마녀로 몰까봐 먼저 상대방을 마녀화하는 장면... 아... 소설 속 로이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세번째 소설 < 늙은 보모 이야기>는 시종일관 보이지않는 무언가와 대결하는 양상이다. 보모가 자신의 아씨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흡입력이 상당했다. 역시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총 세편의 이야기 모두가 흥미로웠다. 특히 여성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이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을 통해서 색다른 작가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특히 능력있는 여성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더 나아가 고딕 스릴러라는 소설 양식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다시금 깨닫고 배운 느낌이 든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발굴되어 나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