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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은 1인 생활자의 모험기
김송희 지음 / 딸세포 / 2021년 11월
평점 :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은 1인 생활자의 모험기
김송희 에세이 | 딸세포
희망을 버리라는 제목이 도발적이다. 하지만 그 도발적인 문구가 오히려 안도하게 한다. 세상엔 희망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고,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마땅하고, 힘차게 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넘치니까... 이렇게 넘치는 세상은 사실 그다지 긍정적이지도 희망차지도 못하다. 툭 하고 털고 일어서지 못하는 까닭은 스스로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덜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세상이 사실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세상에도 삶은 계속되어야한다. 아이들에게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해야한다. 우리가 사는 시절은 이 모양 이 꼴이어도 너희가 살때는 좀 더 달라질 거라고 말해야한다. 희망이 안보여도 마른 우물을 계속 파내는 목마른 자의 심정이 되어야한다. 삶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기 때문이다. 살아내는 것, 희망이 없어도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의 가치이다.
저자의 에세이를 읽다가 공감가는 대목에서 쿡 쿡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1인 생활자의 고충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럼에도 힘내라고 말하며 일명 초겨울에 방어를 먹으러 가는 성공?한 삶을 사는 저자에게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회 맛을 잘 모르는 일인으로)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처럼 에피소드 제조기임을 실감했다고나 할까...
공감이 갔던 대목은 저자가 맥시멀리스트로 사는 부분이다. 좁은 집에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삶은 언제부터인지 퇴치해야할 삶의 습관처럼 자리매김했다. 유행처럼 어느날 미니멀 열풍이 휘몰아쳤고 그 틈새로 정리 열풍이 시작됐으며 예쁜 소품을 사고 갤러리같은 집을 꾸며서 SNS에 자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나도 그 틈새를 몰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볼까? 했지만 태생이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고, 물건에 감정이입을 하는 터라 미니멀에 대한 책만 쌓아놓는 형국이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내 돈으로 내 물건을 사서 내 집에 쌓아두고 볼 때마다 즐거움을 누리면서 왜 마음 한편에 죄책감을 느껴야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제일 먼저 버려야할 1순위 책은 미니멀리스트 책이라는 웃픈 이야기들... 그녀가 사는 것들은 소소한, 정말 잡동사니라고 불릴 것들이다. 그녀는 말한다. 이것들을 사서 행복하다면, 일시적이지만 불행을 잊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물건이 많아서 받는 스트레스와 물건을 살 수 없어서 받는 스트레스 둘 중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 쪽만 선택하면 될 일이다. 미니멀이 답이 아니듯, 맥시멀도 답이 아니다. 결국엔 자기자신이 물건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가 아닐까? 그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처분해야하고, 기쁨으로 다가온다면 불행한 삶의 위안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부드러운 녹차 시트러스의 맛, 기름진 방어 맛, 그 맛을 원할 때마다 즐길 수 있는 여유... 저자는 성공한 삶의 기준을 고액 연봉, 집 보유 수... 이런 것에 두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생활, 애플뮤직을 들을 수 있는 생활, 초겨울에 방어를 먹을 수 있고, 가끔 달달한 케이크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생활이면 족하다고 한다.
그럼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헐, 나 성공한 것 같아!" ㅎㅎ
나도 한번 외쳐볼까? 좋아하는 카페에서 멋진 풍경을 보면서 따뜻한 차 한모금을 마실때... "헐, 나 성공한 것 같아!" 우연히 찾아간 소품집에서 내맘에 쏙 드는 앙증맞은 피규어를 발견한 후 바로 돈을 꺼내서 계산할 수 있을때,.. "성공한 기분이야!" 만원을 동전으로 몽땅 바꾼 후 가챠샵에 들어가 장난감 뽑기를 원없이 할때... " 나, 성공했나봐!"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