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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하루
여명은 생의 신비다.
밤이 걸어오고 다시 태양이 밝아오면
오늘 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박노해 사진에세이 01 | 느린걸음
흔히들 사람들은 말한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라고... 부자나 가난하거나 그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24시간이 째깍 째깍 초침과 분침을 다투어서 흘러간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받기 싫다고 안 받을 수도 없다.
어릴 적에는 하루가 참 길었다. 아무리 자도, 아무리 놀아도 긴 하루가 계속될 것만 같았다. 빨리 나는 어른이 되고싶었다. 어른이 되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내 마음껏 먹고, 학교도 졸업하고 싶었다.
그런 바램도 무섭게 그날이 오고말았다. 막상 그런 날이 오니 하루가 엄청 빠르다. 어린 시절의 하루와 지금의 하루는 양이 분명 동일할 진대 느껴지는 것은 천지차이다. 왜 그럴까? 그 긴 하루는 어디에 간 것일까?
박노해 시인이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하루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세이 <하루>... 그 속의 하루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모두들 적당한 속도대로 하루를 사는 듯하다. 시인은 말한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살아야한다고, 인생의 골수까지 맛보면서 살아낸 시간, 불꽃같은 만남의 시간, 영원의 시간으로 합류하는 생의 시간, 그는 '긴 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사진에세이 <하루> 속에는 목화송이를 따는 소녀의 하루부터 타케콘 재래시장의 하루까지... 지구촌 사람들의 하루, 하루가 그려져있다. 그 순간들은 저마다 닮아있다. 생의 기록, 치열한 삶이다. 볼리아비아 광산의 지하 갱도 속으로 들어가는 한 가장.. 그에게 하루는 모든 것이리라..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아 일을 마친 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지하 막장에서 나와서 그는 웃는다. 하루가 무사함을 감사해한다.
연탄에 대한 시가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말라던... 그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냐고 묻는 그런 시였다. 나의 하루 중에서, 지금까지 살았던 날 중 어느 하루가 과연 누구에게 뜨거웠을까? 그렇지않았다면 앞으로 뜨거울 수 있을까?
뜨겁게 살고싶다. 삶의 정수까지, 골수까지 느끼고 싶다. 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사이에서 시소를 타듯...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고 싶다. 감탄하고 싶다. 이 생을, 이 삶을, 지구상의 모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