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지에서 2021년 영향력있는 유대인 중 하나로 꼽은 델핀 오르빌뢰르... 그녀는 프랑스에서 세번째 여성 랍비이다. 그녀의 경력은 특이한데 1992년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한 의학도였던 그녀는 1995년 이츠하크라빈 총리 암살을 계기로 근본주의로 기우는 종교에 심한 의문과 회의감을 느낀다. 결국 프랑스로 와서 언론인으로 인생을 큰 방향을 바꾼 후 히브리 유니온 칼리지에서 공부 후 랍비가 된다.
그녀로서는 어릴 적 들은 교리들... 의심할 수 없는 것들을 의심하는 것이 바로 랍비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 파리에서도 유대인 회당을 이끌고 있으며 랍비로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내며 이야기꾼으로 독자와 만나기도 하는 다재다능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녀가 쓴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 특히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사라의 죽음에서는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외상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떠올랐다. 왜 살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그 상실감... 죽음이 뚫어놓은 그 커다란 구멍은 메울 수 없었다. 그 구멍과 함께 살아가든지, 아니면 스스로의 죽음으로 그 구멍을 메우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다. 사망자 대다수는 지병이 있거나 고령층의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하지만 초기에 불었던 죽음의 냄새는 아직도 생생하다. 화장터는 24시간이 모자랐고, 시체는 곳곳에 쌓여있었으며,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보여지는 미국의 풍경과 이탈리아, 인도의 풍경은 아직도 내겐 생경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죽음은 아직도 산 사람들의 대문을 똑 똑 두드리고 다닌다.
델핀이 전하는 죽음... 그 죽음에는 질문이 남는다. 하지만 그 질문은 아무런 메아리도 치지 못한다. 왜냐면 답을 해줄 그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침묵을 택한다. 침묵 속에서 경건한 삶의 모습이 느껴진다. 꼭 어떻게 살아야된다는 것이 없는 것이다. 당신이 죽어도 살아남는 것은 기어코 살아남을 것이며, 그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니 내가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너는, 우리들은 죽음 후에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최근에 영화 <13년의 공백>을 보았다. 아버지의 도박으로 사채업자에 시달리던 가족은 어느날 담배를 사러나간다며 아버지가 사라지자 더 큰 위기를 겪는다. 모든 경제살림을 도맡게 된 엄마... 그런 엄마와 함께 생을 이어가는 형제... 13년이 지나고 아버지의 부고를 듣는다.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 속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기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각자의 삶이있다. 어느 누군가에게 당신은 괴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어느 누구에게는 천사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이 바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라면 오늘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그 답은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