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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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에서 주요 장면만을 뽑아서 엄선한 책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이다. 저자는 말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삶의 치열함을 알기에 그에 관해 예리한 글, 심오한 글, 웃기는 글 ,심지어 무서운 글은 쓸 수 있지만 따뜻한 글은 못쓴다고 말이다. 치열함을 따뜻함으로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글 곳곳에서 왜 그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인간애의 온기, 가난한 자에 대한 연민, 용서하는 힘, 받아들이는 용기 등 등에서 알지 못하는 훈훈한 바람이 느껴졌다.

책은 불안, 고립, 권태, 권력, 고통, 모순, 읽고 쓰기, 아름다움, 삶, 사랑, 용서, 기쁨에 대하여 총 열두가지 감정과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들을 모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저자의 관록이 느껴진다. 도스토옙스키에 깊이 빠져있지 않고서는 이런 작업을 엄두에도 못 냈을 것같다.

여러 챕터 중 나에게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읽고 쓰기에 대한 부분이다. 도스토옙스키에게 독서는 긍정적 행위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도피로의 책 읽기, 책 속에서만 가능한 이론을 경계하면서 읽고 쓰기를 통해 스스로의 삶에 질서를 부여했다. 그것은 그의 처절한 노력이자 그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긴 그는 생사를 오간 작가였으며 사형 선고가 이미 내려진 순간 기적적으로 살아온 자였다. 그가 글을 쓰지않고서는 아마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그의 영원한 숙제이자 삶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편지글... 아마 편지를 쓰는 행위, 가난 속에서도 뭔가를 하는 행위는 유일하게 가치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인생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성찰, 그 반응을 글쓰기를 통해 보여준 것은 아니었을까? 마카르는 바렌카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러하므로 쓰지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에게 글은 그저 활자일뿐일지라도 어떤 이에게 글은 그를 살게하는 삶의 원동력이자 철학으로 다가온다.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대목에서 나오는 사랑... 저자는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아마 이해하려고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저절로 이해되는 것이리라... 사랑은 그런 힘을 가졌다. 아니면 반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는 것이리라... 이해보다는 사랑이 먼저이리라...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을 보면서 다시 그의 책이 궁금해졌다.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든지 읽으면 된다는 편리성으로 먼지에 쌓인 채 하루 하루 책장은 누렇게 변해가는 것이 아닌지...문득 책장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발견하지 않으면 보석은 발견되지않는다. 그 어떤 책이든 그것은 마찬가지이리라...

다시 러시아의 고전에 눈을 뜨게 해 준 책... 명장면 200이다. 다음엔 나만의 명장면 10이라도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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