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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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이브 생로랑 그림 |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책 <마담 보바리>이다. 이번 책은 특별히 이브 생로랑의 삽화 13점과 그의 필사본이 수록되어있다. 이브 생로랑이 열다섯살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그의 뛰어난 수준을 짐작해볼일이다. 이브 생로랑에게 학교는 지옥이었다. 동급생들은 그를 때리고 겁주는 수준 이하의 존재들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따라갔던 무도회에서 본 의상들, 마담 보바리를 통해 상상한 엠마를 파멸시킨 의상들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무도회 장면의 여자들은 모두 가슴을 드러내놓고 이마는 툭 튀어나오고 눈꼬리는 매혹적으로 올라가 있다. 흡사 누군가를 도발시키는 포즈로 말이다.

이브 생로랑은 카톨릭 학교의 답답한 환경 속에 스스로 이런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해방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겠다는 결심, 파리로 가서 우뚝 설 것이라는 다짐을 곱씹는 사춘기 아이였고, 나중에 그의 바람은 멋지게 실현되었다.

왜 생로랑은 엠마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을까? 아마 어머니란 존재가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는 엠마를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엠마는 자유분방한 여자였고, 그녀는 남편에게 만족할 수 없었다. 엠마에게 샤를은 너무 생각이 없고, 재미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남자로서 끌리지 않는 존재였다. 엠마는 자유롭고 싶었다. 그녀는 성적인 면을 떠나서 자신을 이곳에서 해방시켜주는 그 무엇이라면 그것을 따라갔을 것이다. 그녀가 해방지로 찾은 대상이 그때는 남자였고, 젊은 레옹이이서 불륜이라는 치명적인 틈이 생긴 것이었지만, 만일 그녀의 해방이 다른 쪽에 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렇다면 그녀는 그쪽에서 대단한 인물이 되어있을 터였다.

예전에 다른 버전의 마담 보바리를 읽었을 때는 레옹과 엠마의 육체적 사랑이 중심에 있고 엠마의 성적 도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여주인공 엠마에게 다른 시선이 갔다. 왜 그녀는 그래야했을까? 그녀는 과연 문란한 여성이었을까? 사랑에 목숨거는 여성임이 분명한데 그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었을까? 물론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지만 그녀가 용서를 구해야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샤를, 그녀의 남편이면 된 것이다. 다른 사람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엠마같은 해방을 꿈꾸는 여성들, 결혼에 대해 만족 못하는 여성들.... 아마 현대에도 많을 것이다. 다만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서 누군가는 몰래 일탈을 즐기고, 다른 누군가는 마음 속에서 죄를 저지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욕망의 대상을 남자 이외의 것에서 찾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엠마는 스스로 파멸을 선택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엠마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사랑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것밖에 없었을텐데..... . 난 이 소설의 결말을 다시 쓰고 싶다. 엠마가 비소를 먹고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살아나서 다른 류의 꿈을 꾸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물론 사랑이 빠지면 섭섭하니까 이번 사랑은 그녀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도하는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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