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문장에서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상상력이 인간 문명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두고 말한다. 상상하는 것은 다 이뤄진다고 말이다. 단, 상상하지 못할 뿐이라고... 달에 가는 것, 우주 여행, 더 나아가 화성이주 등... 인간이 상상하는 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 시기와 방법만 알지 못할 뿐이다.
<지금 시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바로 인류 상상력의 토대, 유럽 문화의 토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신화를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쓴 책이라 그 누구나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을 것같다.
책을 보면서 신이 이렇게 인간적이라니...하고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욕구를 숨길 줄 모른다. 사랑을 느끼면 사랑을 해야하고, 자신에게 준 모욕은 잊지않고 그 배로 갚아준다. 신에게는 인간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증오와 연민도 있다. 변덕도 있다. 어떤 신은 너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아폴론과 악기연주를 벌이다가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은 당한 마르시아노, 포세이돈의 저주로 인해 황소를 사랑하게 되어 결국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까지 낳게 된 파시파에... 등 인간이 감히 신을 넘보고 능욕하면 어떤 벌이 주는 지... 그 결말이 얼마나 참혹한지 알 수 있었다.
얼마전 아이네이아스라는 서사시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아이네이아스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버지 안키세스와의 관계 등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란 뜻이다.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분노로 인해 그녀의 남편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잘리게 되고, 그 생식기에서 흘러나온 정액이 바닷물과 섞여 하얀 거품이 되어 퀴프로스 섬에 닿아 마침내 그 속에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여신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의 아내가 되는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가장 못생긴 남편을 맞은 셈이 되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결혼후 아레스와 불륜을 맺고, 트로이의 왕자였던 안키세스에게 한눈에 반해 그를 유혹해서 아들 아이네이아스를 낳게 된다.
아...신들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의 축소판이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인간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는 것뿐이다.
자유분방한 신들의 세계, 그리고 다소 엽기적이기까지한 질투의 끝... 그 속에서 더 나올 상상력이 또 있다는 말인가? 반인반수 이야기, 세이렌 이야기 등 모든 것이 흥미롭지만 신화에서 제일 흥미로운 것은 그 신들 내부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모습이 나오는 부분일 것이다. 다소 영악하고, 뜨악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섬뜩하기까지하고 말이다.
예전에 나는 아르테미스를 좋아했다. 당당한 여전사의 이미지가 있는 그녀, 다소 의아하게 사냥꾼을 지키는 수호신임과 동시에 숲의 동물들과 식물들의 수호자인 그녀...하지만 그녀에게는 냉혹함, 단호함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미도 있다. 나는 이렇게 복잡한 아르테미스를 좋아했던 것같다. 그리고 왠지 아르테미스를 생각하면 작은 아씨들의 조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상상력을 더 키우고 싶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읽어볼 일이다. 그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