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미술관 -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느리게 걷는 미술관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얼마전 시립미술관에 갔다. 한창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플리처상 사진전>... 오랜만의 나들이여서인지 볼 것이 많았다. 여기 저기 전시회도 구경하고 굿즈샵에서 한참을 있기도 하고 나름 한 점도 놓치기 싫어서 사진 앞에 있던 설명도 반복해서 읽으며 마음 속에 박제를 시켜두려했다. 하지만 이게 왠걸.... 집에 와보니 생각나는 건 단 하나였다. 바로 굶주린 아이의 눈빛이었다. 그 아이 옆에 작은 글씨로 어떤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이 아이는 이 사진이 찍힌 몇시간 내에 죽었습니다...라고... 순간 먹먹했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상실되는 기분... 온전한 줄 알았던 것이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전시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새삼 이 지구상에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다시 또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굶주린 아이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여성들의 치안이나 안보도 너무 열악하고 말이다. 왜 항상 고통받는 것은 약한 사람들이일까... 다시 또 이런 전시를 통해 그들의 굶주린 눈빛을 보고 싶지 않다. 뭔가를 해야한다는 조급함이 생기지만 나의 위치와 처지가 무력감을 준다.

예술이란 이런 것일까? 일상 속에서 울리는 잔잔한 파동 말이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상실과 막막함을 느꼈다면 아마 다른 느낌을 주는 전시들도 있을 것이다. 다른 종류의 설렘과 긍정의 느낌을 주는 전시들도 말이다.

<느리게 걷는 미술관>은 저자가 미술관 전시, 작업실 방문, 목공소, 사람 등 예술에 영감을 주는 모든 것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저자의 설명은 나름 예술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 스며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인사동 거리에서 저자가 느낀 멈춤과 머무름... 그 별것 아닌 멈춤에서, 틈을 발견하고, 그 틈에서 숨을 쉬는 것... 저자는 말한다. 그림 앞에서, 예술 앞에서 더 자주 멈추고 더 오래 머무를수록 더 푸르게 숨 쉬고 더 깊이 꿈 꿀 수 있다고 말이다.

주류의 삶을 과감히 거부한 백윤조 작가의 작품들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당당함을 보고, 변남석 밸런싱 아티스트를 통해서는 순간의 집중과 긍정을 본다. 예술이란 이렇듯 우리의 삶이다.

저자는 보육원에 그림을 기증하는 일도 하는데, 그 속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깨달은 진실이 놀랍다. 예술 취약 계층이란 바로 우리 모두라고, 예술을 몰라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고, 그걸 굳이 취약 계층이라 명명해서 복지 운운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사실 예술이 말만 거창하지 우리 주변에 널린 것이 바로 예술 아닐까?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이다.

길가에 핀 꽃 한송이를 보고 삶의 허무함이나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그 꽃 한송이가 그 사람에게는 위대한 작가의 예술품보다 더 중요한 작품이었을 터이다.

주변을 둘러본다. 이 수많은 예술품.... 느리게 걷고 즐겨야지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좀 더 나아가자면 예술이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좀 더 굳게 자리매김하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