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 비판적 독해
이언 파커 외 지음, 배성민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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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 비판적 독해 | 글항아리

현 시대의 학자들이 지젝을 두고 비평을 한다. 지젝은 여러 관심 분야를 두루 섭렵한 이 시대의 철학가이자 사상가 중 한명이다. 과연 지젝은 누구인가? 그리고 지젝을 둘러싼 여러 학자의 논점은 무엇인가? 끝으로 지젝 본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이 책은 지젝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좋을 것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 그를 몰랐으니까 말이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지젝이 누구인가는 정의내리기가 힘들다. 그는 모든 것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무를 주장하고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덮을 수 있는 존재이기때문이다.

철학적 이론은 어렵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견해를 듣고 총체적으로 지젝을 이해하는 것은 그나마 수월한 듯하다. 이 책은 지젝이 말하고 있는, 아니, 관여하고 있는 (혹은 관심갖고 있는) 여러 분야들에대해서 학자들이 각 분야에 대해 나누어서 말하고 있다. 지젝을 중심에 두고서 말이다.

이언 파커는 슬라보예 지젝이 분열을 일으키는 개념활동가이며, 까다로운 학문적 논쟁을 즐기는 것과 동시에 대중문화를 여행하며 웃음과 역설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지젝은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화, 소설 등의 모든 분야를 그의 저작 활동에 응용한다. 실로 방대한 관심사이다. 지젝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이야기할 부분은 마르크스 주의다. 지젝은 마르크스 주의는 공식과 세계관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 시도는 의심해야한다고 말이다. 지젝이 추구하는 개념 투쟁은 실제로 마르크스주의를 지향하지만 지젝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활동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 바로 '레닌을 반복하기'라는 말이다.

지젝은 정신분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에 라캉이 등장하는 데, 라캉은 정신분석가와 정신분석이 미국 자본주의에 적응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자이다. 라캉은 정신분석에서 자주 등장하는 '잠재적'이라는 의미를 정신분석가가 자신을 위해 고안해 낸 것이라 지적한다. 지젝은 라캉이 제공한 이론 체계를 이용해서 독일 관념론 전통을 가져온다. 바로 헤겔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정성이다. 하지만 단절, 무에서도 무언가는 일어날 수있다. 그것도 급작스럽게 말이다. 지젝은 이를 행위라 말한다.

지젝은 말한다. 세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붕괴는 필연적이라고 말이다. 언론은 자본주의가 생활의 당연한 조건이라고 표방하며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를 옹호하며 세상 모든 것 중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젝은 생태학의 붕괴는 자본에 있다고 말한다. 생태학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심지어 공산주의가 있어야한다. 현대의 광고는 사악하다. 상품을 소비하면 누구나 자연과 가난한 이를 돕는다는 것.. 이에 윤리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탄생됐다. 과연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자본은 그 허울에 생태학을 입고 더 나아가 윤리를 입는다. 스스로 파괴하는 자, 가해자가 선한 피해자로 순식간에 둔갑을 한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지구의 날을 맞아 에코컵을 나눠준 일이 있었다. 플라스틱 에코컵은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이 나갔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컵을 받기위해 줄을 섰다. 이것이 생태학을 위시한 자본이다. 자본주의는 이렇듯 사악하다. 지구의 날에 오히려 지구와 역행하는 일들을 하면서 지구를 살린다고, 또는 기부한다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 지젝은 말한다. 생태학까지 포함된, 자연적, 공통적인 것이 위헙받을 때, 시장과 국가 모두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며 진정한 공산주의적 동원만이 우리를 구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지젝을 읽으니 현 상황이 새롭게 해석된다. 멸치와 콩나물을 사는 인증샷을 올리면서 멸공을 외치는 사람들... 과연 제대로 된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를 아는 사람들인가? 한편에서는 공산주의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지젝같은 사상가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멸공을 외친다. (물론 그 외치는 자들은 자본가들이다.)

지젝을 마무리하면서 그의 사상을 응집한 마지막 말을 인용할까한다. 그도 잘 소환하는 베케트의 문장이 그러하다.

늘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라. 조금씩 더 나은 방식으로... 그리고 또 다시 말한다. 실패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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