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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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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소설 |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회사원 시바타는 어느날 순식간에 결심을한다. 바로 임산부가 되겠다는 결정이다. 멀쩡한 여사원이 갑자기 임산부가 되기로 선언한 이 소설은 한편으로는 바뀌지않는 우리나라 현실을 보는 듯도 하고 내심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하는 아마 90년대생이나 2000년대생은 이런 세상에 더이상은 살지 않을 거라는 묘한 안도감도 주는 책이었다.
책 읽는 내내 이 가짜 임신이 들키는 건 아닌지... 그리고 과연 왜 시바타는 가만히 있지 않고 임산부 요가 교실이다, 뭐다 하면 다니는 건지...또 맥주를 그렇게 마시다가 누군가가 본다면 어찌할지, 왜 조심성은 없는건지...ㅎㅎ 마음을 졸이고 읽었다.
그 날, 임산부가 되기로 결심한 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탕비실 개수대에 잔뜩 쌓여있는 커피잔들... 그리고 잔 속에 있는 담배꽁초, 아... 담배꽁초만 없었더라도 시바타가 임산부가 되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지만 그날 시바타는 임신 5주차 임산부가 되었고, 그 날 이후로 시바타 주위의 기류는 바뀌었다.
당연히 주어지는 것인줄 알았으나 시바타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던 정시 퇴근이 주어졌고, 회사내 자질구레한 업무는 재작년에 입사한 남자 신입사원이 도맡아하기로 했다. 거래처에서 선물이 올때면 시바타가 사람 개수 까지 계산해가면서 일일이 젤리며, 사탕같은 것을 돌리곤 했는데, 이제 그것도 한 쪽에 모아두고 쪽지를 써서 알아서들 먹게했다. 오~~ 세상에 이렇게 간단하고 합리적이다니... 그리고 모든 사원들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말 임산부가 됐다고 해서 이렇게 기류가 변할 일인가? 평소에 그냥 모두들 나눠서 합리적으로 해왔으면 됐을텐데 말이다.
시바타는 아이의 이름도 짓는다. 인터넷 서핑을 열심히 해가면서 있지도 않는 아이 이름을 구체적인 모습까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이 이름은 시바타 소라토... 소라토...소라토.... 멋진 이름이다. ㅎㅎ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시바타를 지지해주는 히가시나카노... 그는 불임부부라서 아이 낳기를 포기해서그런지 혼자 아이를 갖고 낳겠다는 그녀가 대단해보인다. 여러가지 조언도 많이 해주고 말이다. 사실 이런 것이 가짜 임신한 시바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말이다.
왜 시바타는 미혼임에도 아니, 임신이 아님에도 임산부로 살 수 밖에 없는가? 그리고 그로 인해 회사 분위기는 왜 바뀌는가? 이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 상관 없어야하지 않나? 결국은 시바타의 모든 잡무는 그녀가 여성이라서 아니면 회사에 유일한 여성이자 계급 낮은 사원이라서 벌어진 일인 것이다. 사람 대접을 동등하게 받는 일이 그녀가 여성이라서 미뤄져야한다면 그녀의 임신도 아무 상관이 없어야한다. 임신을 했든 안했든 시바타는 시바티니까 말이다. 하지만 임신을 기회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리고 시바타는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영특하게 활용했다. 결국 둘째 계획까지 마음 속으로 하면서 말이다.
어찌보면 사회에 한 방을 날리는 소설임과 동시에 이제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야할 무엇인 것같다. 요즘 젊은이들, 특히 90년대생이나 2000년대생은 아마 이렇게 시바타와 같은 결심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요구하겠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이다. 설겆이며 과자를 나누어주는 일 같은 것은 아마 핸드폰 속 어플을 이용해서 사다리타기나 제비뽑기를 이용해서 할것이다. 직책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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