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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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실격 당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격이라고 인정한 문제적 사회가 존재할 뿐이다. 이 책을 읽은 최종 감상을 한 줄에 요약하자면 이렇다. 좀 서글프고, 좀 서럽고, 좀 묵직한 게 올라왔다가 가라앉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액자 구조 형식이다. 나라는 인물이 우연히 찾아가게 된 후나바시시에서 어떤 마담에게 오바 요조의 수기를 받게 된다. 오바 요조의 수기는 총 세 번 이 책에 등장하고 마지막엔 나라는 소설가의 후기로 이 책은 마무리 된다. 소설은 오바 요조의 어릴 적 그의 병약한 성격부터 결혼 생활 도중의 충격적인 일로 그의 머리가 하얗게 센 경위, 결국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형에게 의해 해변의 온천지에서 감금인지 요양인지 모를 생활을 하게 되는 요조의 이야기가 펼쳐져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가? 이미 세상을 다 산 듯한, 모든 경험을 다 한 듯한 그이지만 고작 나이는 스물 일곱이라는 것... 하지만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마흔 이상으로 본다고 말이다.

사실 난 인간 실격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수도 없이 많이 이 책의 이름을 들었고, 2010년에 <인간 실격> 영화가 개봉됐을때 좀 시간이 지난 후에 본 적도 있다. (솔직히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후 오구리 슌의 명연기를 통해 영화로 접한 바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에 대해 읽었다?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앗! 처음이구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구나 하고 말이다.

주인공 오바 요조는 사람들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물건을 사는 일, 더군다나 물건을 깍는 일은 아예 못하고, 전철을 타거나 사람 많은 거리를 걷는 것도 못한다. 꼭 지금 생각하면 그 시대에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중증 환자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친구 아닌 친구, 그를 이용만 해먹는 호리키 마사오가 있다. 호리키는 요조에게 술, 담배, 매춘부의 세계를 알려주며 전당포에 옷을 잡혀서 유흥으로 탕진하는 일과 좌익 사상에 대해 알려준다. 요조는 습자지처럼 그 세계를 받아들이며 전혀 죄의식도 없다. 물론 호리키 마사오 역시 죄의식은 느껴지지않는다. 하지만 요조는 계속 말한다. 습관처럼 말하고 있다. 자신은 실격 당한 인간이라고, 죄 많은 인간, 당해도 마땅한 인간이라고 말한다. 요조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한없이 중독되면서 말이다. 사람들을 너무 믿거나, 아니면 믿어주는 척하면서, 그렇게 초연하게 익살꾼의 노릇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제 팔로우하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북클럽 인스타에서 내년 1월의 책이 발표되었다. 그 책은 바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다. 저자인 변호사 김원영은 1급 지체 장애인이다. 그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낸 책이다. 나와 다름을 너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실격 당했다고 생각했던 자들이 사실은 이렇게 살고 있음을, 이렇게 존재함을 너도, 당신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하면서 덤덤히 써내려간 책이다.

내 생각에는 오바 요조의 삶 역시 우리가 그렇게 알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사람도 존재함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인간 존엄의 문제일뿐, 남과 다름이지 인간 실격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모두 출발선상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의 실격을 판단하는 것은 사회가 아니다. 당신도 나도 아니다. 그것은 끝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살아남아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오로지 스스로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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