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아이 블루? 곰곰문고 101
브루스 코빌 외 지음, 조응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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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아이 블루?

매리언 데인 바우어 외 14인 지음 | 조응주 옮김 | 곰곰

유년기에 아웃사이더로 살아 본 경험과 추억이 그에게는 작가로서 (특히 청소년 소설) 좋은 동기이자 자양분이 된다고 말하는 저자 매리언 데인 바우어... 그는 청소년 대상 글쓰기의 작가들이 동성애처럼 사회가 침묵하는 주제를 다루어야한다고 믿는다. 이 소설집도 역시 그의 그러한 신념에 따라 여러 유명 작가들을 모집해서 글을 청탁받아 출판한 거라고 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도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는 성 소수자의 문제... 하지만 이제 소설에서, 영화에서, 동화에서, 그림책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용해되면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내 이웃이 되는 일에 마음이 열게 되지 않을까? 왜냐면 인정하든 인정하지않든 그것은 바로 현실이니까 말이다. 공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 책 <앰 아이 블루?>에는 열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모두 블루빛이 들어간 성 소수자의 정체성에서 고민하는 소녀, 소년들의 이야기들이다. 흔히 정상이라고 불리는 남과 여의 사랑이 아니라 왜 그것이 비정상인지 묻는 열다섯편의 이야기들... 과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우리가, 아니 사회가 어떻게 나눌 수 있을 것인지 말이다.

최근 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를 보았는데 그 역시 트랜스 젠더 문제를 다룬 이야기였다. 엄마가 집을 나가 삼촌 집에서 살게 된 소녀가 삼촌의 파트너인 트랜스 젠더와 함께 살게되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나아가 서로의 존재를 깊게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과 그 사랑을 보일 시간이 있다면 이해를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이것도 역시 청소년 퀴어 문학이 필요한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소설 <위니와 토미>에서 위니는 스케이트 보드를 잘타고 꽃이름도 줄줄 외우고, 천사를 닮은 얼굴의 토미를 좋아한다. 그 둘은 어느날 훌쩍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떠난다. 같이 맥주도 마시고 골목도 구경하고, 달콤한 것들도 먹으면서 말이다. 호텔로 와서 자꾸 토미 옆으로 달라붙는 위니... 토미는 그런 위니가 부담스럽다. 토미에게 위니는 성적 대상으로 느껴지지않았다. 토미는 위니에게 고백한다. 자신은 남자가 좋다고 말이다. 그런 토미에게 위니는 말한다. 떠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토미는 말한다. 떠나지는 않는다고, 그냥 우리 사이가 조금 달라진 것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두 아이는 서로 안고 잠이 든다.

관계란 이런 것인가... 담백한 관계, 그냥 서로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 친구의 의미... 성적 지향을 떠나서 그 누구에게나 마음이 열려있다면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이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물이 된다면 안 될 것이다. 토미의 말처럼 관계가 조금 달라진 것 뿐이니까 말이다.

<조금씩 멀어지는> 에서는 마리아를 사랑하는 재시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레즈비언들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재시나...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마리아 뿐이다.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성격 탓인지 재시나에게 마음이 맞는 친구는 없다. 여름에 놀러오는 친구 마리아... 그녀를 사랑하는 제시나... 하지만 마리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봐도 마리아는 멀어질 뿐이다. 그때 재시나는 엄마의 말을 생각한다. 모든 것은 어떻게든 제자리를 찾게 되고, 아무리 이상한 일도 언젠가는 이해가 될 거라고 말이다.

각기 다른 블루의 이야기들... 모두들 청소년들의 고뇌와 아픔, 한편으로는 희망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아름다운 단편들이다. 과연 우리에게 블루는 어떤 의미일까? 당신의 마음은 블루? 엘로우? 아니면 레드? 세상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고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는 오직 스스로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당신이 무지개색 세상을 꿈꾸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이미 무지개인것을 인정한다면 그 선택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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