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팡세 클래식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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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팡세미니

어릴 적 일요일마다 나를 텔레비젼 앞으로 오게 한 빨간 머리 앤... 앤을 너무 좋아해서 앤 시리즈를 사서 계속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있다. 물론 만화영화로도 계속 보고 말이다.

어릴 적에는 앤과 다이애나의 우정보다 앤과 길버트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가졌었다. 과연 그 둘의 오해는 언제 풀릴까? 그 둘은 언제 서로 사랑하게 될까? 만일 사랑한다면 어떤 로맨스가 펼쳐질까? 등 등 환상 속에서 날아다닌 기억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은 빨간 머리 앤은 다이애와 앤의 우정이 먼저 보인다. 부잣집 딸 다이애나... 앤과 확연히 외모로나 배경으로나 비교가 되지만 앤의 성격은 전혀 그것이 문제가 안되었다. 앤에게 사람들은 그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앤에게 있는 유일한 열등감은 오직 빨간 머리라는 것 뿐...... .

앤은 다짜고짜 다이애나에게 반한다. 그녀에게 친구 되길 청하고 다이애나 역시 앤을 받아준다. 그리고 그 후 둘은 영원히 단짝이 된다. 서로간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은 그 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앤은 앤의 방식대로 다이애나와 우정을 쌓고, 다이애나 역시 그녀의 방식대로 앤과 우정을 키운다.

빨간 머리 앤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다이애나에게 실수로 술을 내준 후 그 오해가 쌓여서 다이애나의 엄마로부터 미움을 받는 장면이었다. 과연 앤이 다이애나같은 집에서 자란 소녀였어도 그렇게 오해를 하고 무시했을까? 앤이 고아였음을 알았기에 실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만일 내가 앤이라면 너무 서러웠을 것이다. 정말 몰랐는데, 그저 실수였는데... 하지만 열등감없이 순수한 앤은 슬기롭게 그 위기를 헤쳐나간다. 그리고 오해가 풀리자마자 다이애나에게 달려간다. 아.. 너무나 아름답고 진한 우정이다.

두번째 안타까운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매슈의 죽음이다. 정말 만화 영화에서도 황망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렇게 죽을 수가 있나... 앤이 정말로 사랑했던 매슈 아저씨... 앤의 세상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이해해준 매슈 아저씨... 앤이 선생님 되는 것을 누구보다 기뻐했을 매슈 아저씨...

하지만 이 역시 앤은 기꺼이 이겨낸다. 길버트의 양보로 에이번리 학교 선생님으로 오게 된 앤... 그리고 길버트와의 화해... 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멀리 날아가기 보다는 초록 지붕을 선택하고, 마릴라 옆에 남는다. 이 또한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던 결말이었다. 아... 그리고 이 또한 몹시 아름다웠다. 앤은 전혀 꿈을 접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새로운 꿈의 시작이었다. 빨간 머리 앤은 앤다운 길을 꾸준히 걸어갔다. 처음과 끝 모두 앤이었다.

나도 앤같은 친구를 만났었다면, 아니 내가 앤같은 길을 갔더라면 삶이 조금은 더 풍부해지고 재미있었을 것이다. 위로만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앤,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앤, 오해가 생기면 용기내어 푸는 앤... 앤에게서 잃어버린 나, 되고픈 나를 발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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