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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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이성아 장편소설 | 은행나무 

 잘못된 만남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모두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시대도, 사람들도, 또 그 시대에 울음을 터트린 생명들도 말이다. 

 주인공 조한나, 한나 아렌트처럼 살고 싶었던, 아니 그녀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던 본명이 변이숙이었던 그녀... 그녀가 현기표를 만난 독일 마르부르크의 시간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행복했지만 그 짧은 순간이 지난 후 그들에게 남은 건 긴 아픔이었다. 그리고 그 둘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왜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 한번은 만나야하지 않았을까? 한나 아렌트가 모진 시간을 견디고도 다시 하이데거를 만나서 화해한 것처럼 기표를 찾아가서 쓸려간 아이에 대해서라도 말해줘야하지 않았을까? 사실 모두 덧없지만 말이다. 

 예전에 4.3에 대한 책을 읽고 한순간 멍했던 적이 있었다. 정말 우리나라 아름다운 제주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아무 죄없는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리고, 모두 산 속으로 피신해야했던 상황, 토벌대라는 이름의 허울뿐인 우국의 이름을 지닌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내서 게임을 하듯 죽인다. 동굴로 피신했던 사람들은 행여 아기가 울까봐 그 입을 틀어막았다가 아기를 질식시켜 죽이기도 했다. 얼마나 비극인가? 

 발칸반도의 비극,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보스니아 사건,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의 비극적인 사건, 그 이념이, 그 민족이, 또 그 종교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로 한 사람의 삶만큼 그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인가? 삶을 위해서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지킬 것은 같은 목숨밖에 없다. 

 <밤이여 오라> 책 속에서 세계는 하나로 읽힌다. 제주도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지의 비극이 한몸이다. 지금도 이같은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푹신한 쇼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텔레비젼을 통해 그 경기를 관전하는 것같은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미얀마의 상황, 그리고 반군에게 빼앗긴 아프가니스탄... 그곳엔  아이들을 팔아서 끼니를 얻는다고 한다. 끔찍하다. 왜 인간은 인간인가? 

 저자는 말한다. 그 어둠이여 다시 한번 오라고... 밤이여 오라고... 이제는 무서워하지않고 두려워하지않고 기꺼이 너를 맞으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안다. 그 밤이 그 어둠이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치욕적이고, 얼마나 두려운지 말이다. 하지만 재심을 신청한 조한나는 다시 기꺼이 그 세계로 들어갈 결심을 한다. 다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로 결심한다. 밤을 이기기로 시작한 순간 그녀의 삶은 그 전과 확연히 다르리라... 

 자신이 일제에 끌려가 정신대에 잡혀간 사실을 먼 시간이 흐른 후 밝힌 할머니들... 그녀들 역시 밤을 이기기로 그 순간 결심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할머니들은 영원히 밤 속에 살게 되었다. 물론 이제 그 밤은 그 할머니들만의 밤이 아니라 모두의 밤이 되었지만 말이다. 

 내안의 밤, 내안의 말하지 못한 비극... 그것들이 언제고 한번 소리치는 한 그 삶은 분명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렇게 된다면 필히 우리 모두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외쳐본다. 밤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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