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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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말

저자 그레이엄 그린 | 서창렬 옮김

불륜은 과연 신앙의 힘으로 용서될 수 있을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말이다. 또한 여기에서 진정한 사랑이든 한순간의 불장난이든 그것의 진실성 유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주인공 화자 모리스 벤드릭스는 소설가다. 자료조사의 일원차 고위급 공무원인 헨리 마일스를 알게 된다. 그와 더불어 그의 아내 세라와 가까워지게 되고 뜨거워지게 된다. 그들에게 진실된 사랑이란 육체적으로 한없이 끌리는 것이다. 남편이 아파서 다른 방에 누워있어도 벤드릭스와 세라는 서로를 탐하기를 멈추지않는다. 아... 이 소설이 그레이엄 그린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는데... 정말 그랬을까?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폭격의 날이 지난 후 세라는 벤드릭스를 멀리한다. 그렇게 서로의 소식을 모르던 중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벤드릭스는 헨리를 마주친다. 헨리에게 이상한 말을 듣는 벤드릭스... 세라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벤드릭스는 뭔지 모를 투쟁감, 질투를 느낀다. 그는 헨리를 꼬드겨서 사설탐정을 고용해서 자신이 세라의 비밀을 밝혀주겠다고 말한다.

그가 사설탐정 새비지에게 얻은 것은 더욱 더 헨리를 고양시키고, 다시 만난 세라와의 사랑에 더욱 더 열을 올리게 된다. 새비지를 통해 얻은 세라의 일기장으로 왜 그녀가 자신을 멀리했는지 이유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세라의 사랑을 느끼는 벤드릭스... 하지만 세라는 이미 신에게 그녀 스스로를 바쳤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려한다. 과연 벤드릭스는 세라의 사랑을 다시 얻을 것인가? 아니면 세라는 신과의 약속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한 가정의 불륜이 신에게 확대된 이야기다. 저자는 카톨릭에서 이혼이 허락되지 않으므로 이런 소설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훗날 그린의 자서전 <도피의 길>에서는 세라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를 길게 써서 신과 신앙의 이야기를 좀 더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 처음의 계획이었다고 한다. 솔직히 종교성보다는 불륜의 묘사, 그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모습, 주인공 벤드릭스의 찌질함과 질투의 모습 등이 더 깊이 와닿았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아마 이 소설이 세월이 가도 사랑받는 이유라 생각된다. 바로 그 찌질함이 나와 닮아서, 당신과 닮아서, 우리의 모습과 닮아서 말이다.

소설 처음에 벤드릭스는 말한다. 이것은 사랑의 기록이 아니라 증오의 기록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증오가 사랑으로 둔갑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벤드릭스의 모습은 옹졸하고 변덕스럽게 그려지지만 말이다.

요즘 스토킹 범죄가 심해지고,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범죄도 뉴스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사랑이란 오늘은 사랑이었어도 내일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이다. 벤드릭스는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스토킹이다. 남편있는 여자를 사랑했고, 그 헤어짐에 앙심을 품고 탐정까지 고용해서 접근하는 남자이다. 세라가 만일 그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그를 정말 끔찍히 여겼더라면 아마 이 소설은 스릴러로 변했으리라...

증오와 사랑은 한 끗이다. 영원의 맹세와 이별도 한 순간이다. 그래서 사랑의 종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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