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 김난주 옮김 | 소담출판사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경쾌하다. 절망마저도 왠지 그녀가 쓰면 어떤 가벼운 풍경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창가에서 달랑 달랑 바람을 맞으며 청아한 소리가 울리는 풍경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과연 내가 향유하지 못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웨하스 의자란 화자에게 행복을 상징한다. 의자지만 앉을 수 없는 행복, 작품 속에서 유부남을 애인으로 둔 화자의 심경인가? 아니면 아버지, 어머니, 줄리앙이 없는 화자의 세계인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그날 먹을 빵을 사러간다. 애인이 집으로 오는 날은 신경을 써서 먹지만 그 외의 날들은 안먹어도 상관없다. 하루종일 누워서 샤워만 하루 한번하고 절망을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애인과의 이별을 결심한 후) 그렇게 살아가기도한다.

화자는 말한다. 자신이 각설탕같다고...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없으면 약간 섭섭하니까 커피 잔 한구석을 조용히 지키고 있는 각설탕... 애인과 서로 사랑하지만 그를 가질 수는 없다. 그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고, 그가 오면 조용히 맞을 뿐이다. 다음 휴가지는 어디로 갈지 계획하면서 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녀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그 껍질을 깨고 나오길 바랬다. 하지만 결국 그 껍질을 깨자마자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절망같은 죽음이었다. 그녀는 다시 껍질 속으로 들어갔다. 애인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모두 그 애인에게 달린 일인것같다. 그녀를 죽이느냐, 아니면 살리느냐 말이다.

그래, 이런 사람도 있다. 있을 수 있다. 홀로서기를 못 배운 사람들, 엄마 자궁 밖에 나오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다 일까? 무언가 알게 모르게 세상이 덧입혀진 공식들로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살아내야하는 무엇이다. 그냥 조용하게, 아무것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말이다. 이 소설 속 웨하스 의자처럼... 보기는 해도 앉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삶이 어찌보면 웨하스 의자를 닮아있다. SNS로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 자신의 여행, 집, 선물 등을 올리며 주변이들의 공감을 원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의자가 진정 의자로서 기능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만은 알겠지만 말이다.

나의 웨하스 의자를 생각해본다. 겉은 그럴싸하지만 물에 닿는 순간 와르르 녹아내리는 그런 존재같은 것... 아무리 단단한 웨하스라도 물에 닿으면 녹는 과자일 뿐이다. 이룰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한 화자처럼, 처음부터 웨하스로 의자를 만들 생각을 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겠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