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장편소설 | 이연승 옮김 | 블루홀6

기만의 연속인 소설이었다. 기만이란 사전적 단어는 남을 속여 넘긴다는 뜻이다. 이 소설에서 속는 자와 속이는 자는 누구인가? 소설을 다 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한 남자의 분노와 억울함만 남을 뿐이다.

이 책에서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니레 하루시게는 사와코란 여인의 남편이자 니레 집안의 데릴 사위다. 니레 집안은 명문가로 니레 이이치로, 즉 니레 가분의 선대 당주의 휘하에 있다. 그는 권력과 재력을 쥐고 있었으며 그의 밑의 사람들을 철저히 자기사람으로 심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런 이이치로가 골프를 치던 중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죽게 되고 곧 젊은 하루시게가 새로운 당주로 부상한다. 하지만 이이치로가 죽은 지 35일째 되는 재를 치르는 날 독이 든 커피를 마시고 하루시게의 부인 사와코가 죽게 된다. 그에 앞서서 독이 든 초콜릿을 먹은 어린 니레 요시오, 즉 죽은 이쿠오(니레집안의 장남)의 아들이자 사와코 부부의 양자도 죽게 된다.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뜻하지 않게 니레 하루시게다. 아내와 아들을 죽은 피도 눈물도 없는 하루시게, 결정적 증거인 독이 든 초콜릿 은박이 그의 자켓 주머니에서 나오고, 그에게는 불륜의 증거까지 나오게 된다.

과연 이 상황에서 하루시게의 선택은 무엇일까? 범인이 아님을 증명할 수도 없고, 범인을 찾을 방도도 없다. 이대로 자신의 죄가 아니라고 부인을 하면 아마 아내와 아들을 죽인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혀 사형을 받을 지도 모른다.

하루시게는 고민에 고민을 한다. 그가 유일하게 믿는 친구이자 변호사 기시가미 요시유키와 상의하여 우선 사형을 면하고자한다. 사형만 면하고 형이 확정되면 그 후에는 재심을 청구하고자 하는데....

과연 하루시게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그와 도코의 서신 교환에서 독자는 이 사건의 숨겨진 이면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법의 취약성, 법이란 어떤 것인가도 나름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때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씨가 있다. 그는 그때 경찰들의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자신이 한 일이라고 자백을 했다고한다. 어쩔 수 없이 그 당시 자백을 해야했던 그의 심정, 그 결과 그는 구속되어 실형을 살게 됐지만 자백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사형은 면했다. 형을 다 살고 나온 후 진범이 그때 사건을 고백함으로 재심이 청구되어 무죄를 받게 된 사건... 윤모씨는 말한다. 자신에게는 범인이 고맙다고 말이다. 그가 자신이 한 죄를 자백하지 않았다면 그는 평생 오욕의 시간을 죽을 때까지 살아야했을 것이다.

기만이란 무엇일까? 사형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하지 않는 일을 고백했다면 법 자체를 기만하는 것인데, 그 기만이 없었다면 과연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됐을까? 악어의 눈물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도 이미 드러난 진실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되지않을까? 얼마전 정인의 사건도 피해자가 무기징역에서 감형을 받았다. 과연 감형이란 것이 옳은 것일까? 과연 누가 누구를 기만하는 것일까? 법이 피해자를? 아니면 피해자가 법을?

우리는 모두 기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